「세계는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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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팝스계 역사상 최대의 이벤트가 어젯밤과 오늘 새벽에 걸쳐 「지구촌」에서 펼쳐져 인류를 격동시켰다.
미국필라델피아의 존 에프 케네디스타디움과 영국런던의 웸불리 어리너에서 동시에 열린 자선콘서트가 1백50개국의 20억인구에게 생중계되었다는 사실자체가 기록적이다.
세계의 거물급 팝스타가 총동원되어 벌인 공연이 우리나라는 물론 소련과 중공을 포함해 전세계에 걸쳐 실황중계되고 거기서 모인 수입금이 7천만달러나 되었으며 그 행사의 주창자인 「보브 겔도프」는 노벨평화상후보로 지명되는 성과도 거뒀다.
런던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는 콩코드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가 필라델피아에서 다시 노래했다.
그것은 2O세기후반의 첨단적 과학기술이 현대의 대중음악예술과 결합하여 펼친 장려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그 16시간에 걸친 전세계적 록콘서트는 인류정신사의 더 큰발자국을 남겼다.
굶주리고 있는 지구촌의 인간 이웃들을 살리기 위해 세계의 동포들이 마음을 합쳐 하나로 모였다는 사실이다.
한장에 2만5천원을 내고 웹불리에 입장한 사람들이나 한밤에 텔리비전앞에 앉아 먼나라 대중가수들의 기발난 몸짓과 노래를 바라보았던 시청자들이 모두 지구의 고난과 인류의 아픔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진지한 한 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우주선 지구호」의 위기와 고난은 이 세계 한귀퉁이의 몇몇 사람만의 고통이 아니며 인류 모두가 감당해야할 무거운 짐이다.
아프리카의 5억인구 중 1억5천만명이 10년의 가뭄과 기아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결코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
「생명구호」([LIVE.AID])는 록콘서트의 명칭만 일수는 없다. 인간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인류의 공생륜리를 회생시키려는 절규일수 밖에 없다.
유럽엔 버터가 산적하고 미국에선 곡물과잉생산에 골치를 썩일때 아프리카에서는 빈곤과 기아로 고초를 겪어야하는 불합리에 대해 인류전체가 이성적인 해결을 모색해야할 순간인 것이다.
한쪽에선 굶주림에 배를 움켜잡고 맥없이 죽어갈때 다른 한쪽에서는 무절제한 사치와 낭비생활을 당연시 하는 것은 윤리적 무감각을 법는 반인류적 죄악이라 할 것이다.
이 같은 인류의 문제를 정치 경제 종교인들보다도 현대의 대중영웅들인 팝스타들이 효과적이고 또감동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미 영국의 가수들은 작년말 「그들은 지금이 크리스머스란 사실을 아는가」란 노래를 불렀고 미국의 가수들은 「우리는 세계」(We are the worde)를 함께 노래해 모금운동을 편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톨릭·개신교·불교 등 단체의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의 문제가 물론 심각하고 우리이웃의 고통이 절실하지만 지구협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책임윤리이겠다. 「세계는 하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인류애의 발현에 힘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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