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옥시 대표 사과 진정성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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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12년째 산소호흡기의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대표 사과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기침이 너무 심하고 약을 1년 이상 먹다 보니 뼈가 약해져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너무 고통스럽다.”

20일 대전 봉명동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제1회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사과의 장'에서 나온 5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이 말을 들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한국법인 대표는 “여러분의 고통의 덜어주기 위해 제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다”며 “기도하고 모든 것을 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옥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와 가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프달 대표와의 간담회를 했다. 피해자 질문에 대표가 답하는 방식이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사프달 대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신속하게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옥시 측은 앞으로 피해자들을 일일이 만나 사과하고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마련키로 했다. 다음 간담회는 2~3주 뒤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하지만 3·4등급 피해자나 추가 신고된 피해자를 위한 대화나 보상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끝난 뒤 피해자 대부분은 옥시 측의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안에 대한 구체적 제시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피해자 가족은 “지난 2일 기자회견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보상규모와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옥시 측에서 추진하는 TF팀에 피해자가 추천하는 변호사와 의료인을 참가시켜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1등급 피해자인 이미옥(41·여)씨는 “피해자 대부분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고통을 겪었는데 한 번의 사과로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적인 사과와 피해보상 대책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기 피해자 유가족연대 최승운 대표는 “상당히 기대가 많았다. 기대하며 아픈 몸 이끌고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들이 참석했다“며 “괜한 기대를 한 것 같다. 지금 기분이 지난 5년 동안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미팅에서는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배상안과 계획 등을 마련해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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