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로 경기에 숨통|성장침체에 대한 제한적인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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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반기경제를 결산한 정부는 급기야 하반기경제의 활성화대책올 내놓았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국제수지악화가 눈앞의 현실로 분명해지자 비로소 서둘러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처방은 주로 경기부진의 근원이랄 수 있는 수출과 투자의 촉진에 초점을 맞췄다. 종래같으면 으례 포함시켰을 건축경기부양책이나 내수정기를 부추기기 위한 소비촉진책 등은 일체 제외되었다.
자칫 유발될 부동산투기나 소비증가에 따른 수입유발로 국제수지악화 등을 우려해서다.
따라서 이번 활성화조치의 기대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정부당국 역시 이번 대책이 맞아 떨어진다 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6%선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수출이 상반기중의 환율인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데다 수출여건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워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연초수출목표였던 3백30억달러를 채우려면 하반기에 작년보다 매달 30% 가까이씩 늘려나가야하는데 지금 형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목표다.
따라서 이번활성화조치가 의미하는바도 수출에 관한한 금리인하를 제외하고는 모든 금융지원을 총동원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수출산업설비자금을 무제한 공급하고 수출금융의 융자단가를 환율변동에 맞춰 계속 현실화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대기업여신규제한도에서 수출금융을 제외시키는 고단위처방을 계획했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빠졌다.
환율쪽에서도 계속 실세에 맞춰나갈 방침이다. 이번 조치에서 제외시킨 것은 하반기들어 달러의 약세화 가능성이 있을뿐 아니라 「실세화」자체가 인상조치를 의미하므로 이에 따른 파급영향 때문이다.
투자촉진면에서는 이미 7월부터 실시키로한 투자세액공제체도의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한 기술및 인력개발투자의 이익공제제도 역시기업의 투자초 진에는 상당한 유인책이 될 것이나 관계법을 고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하반기경기에 당장 보탬을 기대하긴 어렵다.
체신부 예금으로 중소기업은행의 채권은 5백억원어치 사도록한 것은 돈이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는 중소섬유류회사들의 노후기계 대체자금으로 전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발표의 내용을 따지고보면 사실 특별히 「조치」라고 할만한 사항이 없다. 지금까지 되풀이 강조해온 것처럼 『안정기조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범위안에서 부진한 수출과 투자촉진을 보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갖는 의미는 현실경제에 대한 정부당국의 인식전환이라는 점에서 찾아진다. 여태껏 『문제없다』며 낙관론을 고수해왓던 당국이 『문제있음』을 뒤늦게 인정하고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경기 부양책을 들고 나선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않는한 수출에 젖줄을 대고있는 우리형편에서는 달리 뾰족한 방책을 기대할순 없는 일이다. 요컨대 이같은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때를 놓치지않고 적절히 대처해 나갔어야 했는데 고집스러운 낙관론을 계속하던 끝에 일을 더 어렵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의 설명대로 이번 조치의 기본취지가 단기적인 부양책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개선의 일환책이라고 하다해도 더욱 진작 했어야할 일이다.
어쨌든 정부도 시인했듯이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획기적인 증대와 7%대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다음 초점은 국제수지쪽이 어떻게 될것인지에 모아진다.
정부는 수출이 다소 어렵더라도 수입이 줄고 있으므로 올해 경상수지는 당초목표했던 7억달러이내로 줄일수 있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정부예상대로 하반기경제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경우 이에따른 수입유발이 어느정도 화대 될지에 달려있는 문제다.
2∼3%선으로 자신하고 있는 물가역시 돈이 풀리고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반기들어 만만치않는 불안요인으로 등장할게 뻔하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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