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AI 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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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늘 저녁에 볼 영화 뭐 있어?”

“저녁에 볼 만한 영화 뭐지?”
“아이와 보게 4장 예매했어요”
구글, 인간 취향·상황 인지해
스스로 알아서 돕는 AI 공개

B: “좋아할 영화가 3편 있네요.”

A: “아이들이랑 같이 보려는데?”

B: “가족영화로는 이런 게 있어요. 4장 예매할까요?”

A: “그래, ‘정글북’으로 해줘!”

B: “여기 표 4장요. 영화관 입구에서 QR코드를 제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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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막한 ‘구글 I/O’에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가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평범해 보이는 이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에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가 18일(현지시간) 개발자대회인 ‘구글 I/O’에서 공개한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대화다. AI는 마치 질문자의 취향과 주말 저녁이라는 상황, 가족 수 등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간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비서다.

이날 공개된 ‘구글 어시스턴트’엔 구글이 17년간 누적해온 검색·자연어처리·음성인식·자동번역 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도 구글 어시스턴트의 기반 기술이다. 머신러닝이란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게 하는 AI의 핵심 분야다. 순다르 피차이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원한다”며 “이제 시작일뿐 긴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AI는 일상 곳곳에 파고들 전망이다. 구글은 AI비서를 스마트폰은 물론 웨어러블·자동차·TV·가정 등 5개 영역을 중심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어디서나 AI의 서비스를 받는 ‘AI 에브리웨어(everywhere) 시대’가 머지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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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날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서비스 2종을 선보였다. 집사처럼 가족들의 질문에 답하고 문제를 처리해주는 스피커형 AI인 ‘구글홈’과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알로’다. 연말에 출시되는 구글홈은 영어와 인도계 영어(힝글리시)부터 우선 지원한다. 올여름 출시되는 알로는 AI가 메신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이나 정보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IT 기업도 AI 연구 및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글과의 격차는 있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AI 연구를 본격화해 일부 검색 서비스에서 머신러닝을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콘텐트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컴퓨터가 콘텐트를 자동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안드로이드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가진 구글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마운틴뷰=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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