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 사는 법"을 익힌다 | 국내 첫 알콜중독 치료병원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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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나깨나 술독에 빠져 살던 알콜중독자들이 「주신」을 배반하고 자기 자신을 되찾도록 하기 위한 전문의료기관이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최근「새로 태어난다」는 뜻의 간판을 내건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새로남의원」이 그 곳.
알콜 중독자들의 일반적 증상인 노이로제·의처증·정신착란 및 정신분열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간경화·지방간 등 치료를 위한 내과전문의, 그리고 간호원이 있으며 금주 프로그램 지도자가 주축이 되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피 같은 술」없이는 단 하루도 못살던 알콜 중독자들이 술을 전혀 못 마시게 되면 약 1주일동안은 얼굴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거나 쥐가 기어다닌다며 잠을 못 이루는 등의 금단증세를 나타내는데,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금주프로그램 지도자와 함께「술 없이 사는 법」을 익힌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대개 입원한지 1∼2개월이 지나야 마음의 평온을 찾고 술 없이도 대화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이 알콜 중독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 왜 술을 마셨는지와 왜 술을 끊으려는 지를 발표케 한다.
술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듯이 보이더라도 금방 퇴원시키지 않는다. 처음 20일 동안 술과 약을 일체 금지시키는 격리기간을 지내고 나면 마음대로 외부출입을 하면서도 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하는 20일간의 개방교육이 있다.
또 자기 가정에 돌아가 지내는 시간을 차차 늘려 과연 술 없이도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20일의 복귀교육을 마친 후에야 치료를 완전히 끝내는 것이다.
현재 9명의 입원환자 중 복귀교육중인 장 모 씨는『이젠 술 생각이 거의 안 나고 이따금 나더라도 금세 자제할 수 있는데, 집에 가면 행여 또다시 술을 마시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 얼른 이곳으로 되돌아 오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한편 알콜 중독자뿐 아니라 그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들에 대한 심리검사와 치료 및 교육도 병행한다.
알콜 중독환자가 퇴원 후에도 계속 술 없이 지내기는 어려우므로『술 마시는 것은 반대하지만 술 마신 사람 자체는 사랑한다』고 가족들이 말해준다든지, 홧김에 덩달아 술 마시지 말고 그가 술 마셨을 때 저지른 일을 남들 앞에서 들춰내지 말라고 가르친다.
금주 친목단체인「AA(Alcoholics Anonymous)클럽」이 추정하는 국내 알콜 중독자는 약 2백만 명. 『미국의 경 앝콜 중독을 ·심장병과 함께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여기는데 비해 우리 사회는 술에 대해 터무니없이 관용적』이라는「새로남 의원」의 금주프로그램지도자 최 모씨는『술 마신 다음날 반드시 해장술을 마시거나 술 마실 때마다 자주 기억을 잃게 되는 정도면 그거 술을 좋아하는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지만 사실은 알콜 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혼자 숨어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알콜 중독 증새』라면서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그 효과도 빠르다고 강조한다. 전화 554-25l4.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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