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누가 맡아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5일 문예회관에서 열린 미전이관공청회에서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한국 미협이 맡아서 해야한다』, 아니다 『새로운 민전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 무슨 소리냐 『당분간 이대로 하자』는 등의 열띤 공방이 오갔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는 수많은 미술인 들이 모여 여름날씨 만큼이나 무더운 열기를 띠었다.
맨 먼저 등단한 발표자는 최광희 한국미협 부 이사장.
최씨는 지금까지 나타난 미술대전 이관에 따른 한국 미협, 국전출신작가회, 새로운 사단법인체, 현행대로하자는 4개의 안을 놓고 하나하나 따져 나갔다. 「현행대로 하자」는 안은 이관 원칙이 결정된 이 마당에선 논의의 가치가 없다고 일축해버렸다.
「새 사단법인체 구성 안」에 대해서는 미술인의 친목·권익단체인 「한국미협」이란 어엿한 사단법인체가 있는데 굳이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화단의 총화를 깨뜨릴 필요가 없다고 몰아세웠다. 국전출신작가회가 맡아서. 해야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국전출신작가회도 한국미협 산하의 1개 단체일 뿐 아니라 국전폐지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만큼 국전관계자들에게 미술대전을 이관 시킬수 없다는 이론을 폈다.
따라서 미술대전은 이관을 반대하는 작가도, 국전출신작가도 포함되어있는 한국미협이 맡아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협이 맡을 경우 별도로 미술대전운영 위원회를 구성, 공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관시기는 올10월 가을미술대전이 끝난 후 11월로 제시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주 국전출신작가회 운영위원은 새로운 민전으로 새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미술전람회」(가칭)를 새로 만들어 초대전과 공모전을 함께 열어야 한다고 내세웠다.
구체적 방안으로 미술계의 분야별 증진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 동양화·서양화·조각·서예·공예로 새로운 민전을 만들자고 제시했다.
「한국미술전」의 정관, 규약 및 운영, 집행부 구성과 임원은 전국미술인 회의(초대작가 급)를 열어 결정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관 시기는「한국미숱전」의 창설에 따른 절차가 끝나는 86년1월이 좋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기창 후소회 회장은 자신은 선전·국전을 거쳐온 증인임을 자처, 참신한 대안 없는 이관은 뜻이 없다고 밝혔다.
문전·제전을 거쳐 일전이 된 일본의 예를 들면서 지금까지 우리국전도 정관을 수없이 개정하고 심사방법도 바꿔왔지만 운영하는 사람들의 파벌의식 때문에 훌륭한 국전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름이야 어떻든 그것을 운영하는 작가(심사위원)들의 의식이 문제이며 누가 미술대전을 맡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작가들이 예술인으로서 양심과 미술인 화합에 얼마만큼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술대전은 이관되어야 하지만 2∼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 그 동안은 문예진흥원이 계속해서 운영해야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20분간 휴식, 질의·토론이 벌어졌다.
첫 질의에 나선 신영상씨(동양화가·서울대교수)는 최광선 씨에게 미술대전운영위원구성을 미협 임원으로 한다고 했는데 현재 미협 임원진은 연령·그룹별·세대간의 안배가 되었다고 보느냐고 따졌다.
최태신씨(서양화가·한국미협 상임이사) 는 김영주씨에게 한국미협은 20년 역사를 가진 정부승인의 유일한 사회법인체인데 미술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미협을 두고 새로운 법인체창설읕 주장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새 법인체를 구성할 경우 누가 이를 주도할 것이며 이에 대한 업무처리는 어디서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여수씨(서양화가·국전출신작가회)는 최태신 씨에게 미협 본래의 목적은 권익옹호와 화합인데 지금 충분한 화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미협의 국제교류자체가 잡음의 원인이 되고있는데 여기에 또다시 미술대전까지 전담하면 더욱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미협이관 반대론을 폈다.
김씨는 또 김기창 씨에게 문예진흥원의 본래 사명은 「지원」에 있는 만큼 2∼3년 끌게 아니라 지금 당장 민전으로 이양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물었다.
질문자로 나선 조각가 김영중씨(전한국미협 이사장)는 국전 당시의 부패는 학연·지연· 교수·상의안배·서클의 압력 등을 둘러싸고 운영위원·심사위원·출품자간의 상호 묵계로 이루어 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리를 없애기 위해 각 신문사가 동양화·서양화·조각·공예·서예·수채화·판화·평론 등 분야별로 초대·공모전을 여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가인 김형근씨(서영화가), 공예가 김성수씨, 서예가 김진상씨의 질의가 있었다. 질의에 따른 주제발표자의 대답을 듣고 자유질의도 벌였다. 장장 3시간 넘게 진행된 관전사상 최초의 공청회는 미술대전을 한국 미협이 맡아야 할 것이냐, 새로운 법인체를 만들어 신민전시대를 열 것이냐 로 집약되었다. <이규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