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물체 설치한 30대에 징역 8월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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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7단독 이학승 판사는 17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특수협박·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모(35)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협박하고 공항공사의 운영을 방해해 위법의 정도가 중하다"며 "범행이 국내외적으로 테러의 공포가 큰 시점에 이뤄졌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공항 입국수속이 지연되고 대규모 인원이 물건 해체와 경비 강화에 동원되는 등 물적 피해도 발생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검찰이 유씨에게 적용한 폭발성물건파열 예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폭발성물건파열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폭발성 물건을 파열하려는 의사 및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공포심을 느끼게 할 목적으로 물체를 제작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다 해당 물체에서 화약이나 폭약류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등 기폭 가능성이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유씨는 지난 1월 29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를 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이틀 전 휴대전화로 폭탄 제조법 등을 검색해 과자 상자에 집에 있던 부탄가스 등을 테이프로 묶는 수법으로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다. 이후 인터넷 번역기를 이용해 '너에게 경고한다. 신이 처벌한다. 마지막 경고다'라는 내용의 아랍어 협박 메시지도 작성했다.
유씨는 이를 쇼핑백에 담은 뒤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설치한 뒤 도주했다가 범행 닷새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대학원에서 비올라를 전공한 유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사회에 대한 불만 등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검찰에서 "범행 후 실시간 뉴스 속보가 이어지고 온 나라가 테러공포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랍어 메시지를 작성한 이유는 "외국인이 한 범죄처럼 보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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