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장날의 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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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오절의 전주는 흥청거리고 풍성하기만 하다. 단오는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였다.
단오떡을 만들어 차례를 올리고 부녀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쑥호랑이·단오부적을 만들어 집안의 무병을 빌기도 했다. 고을에 따라선 그네뛰기·씨름 등에 풍물을 곁들여 남녀노소의 놀이판을 벌여놓기도 했다.
전주에서 단오날을 시민의날로 정하여 「풍남제」를 개최하여 온것도 이러한 단오절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금년으로 29회를 맞이하거니와 사실 전주의 단오절은 「풍남제」 이전에도 민간에 의한 자생적인 큰잔치로 꽤 오랜 전통적인 뿌리를 내려왔던 것이다.
덕진연못의 물맞이로 하여서였다. 처음엔 부녀자·어린이들이 중심이었겠으나 사람들이 모임에 따라 각종 놀이판이 서게되고 음식점을 비롯한 여러노점들이 생기게도 되었다.
지난해부터 시당국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풍남제」행사기간중 아예 난장을 터오고 있다. 특설무대의 판소리 가락이 울려퍼지는 속에 사라진 옛놀이 판이 벌어지는가 하면 흥겨운농악이 길을 쓸기도 한다 .열무김치·녹두묵에 동동주 술잔이 돈다. 신수점을 치는가하면무당굿도 벌어지고, 윷놀이·박포장기·제기차기판을, 엿장수의 구성진 가위소리가 돌기도 한다. 혼례청이 있는가 하면 제사상차림을 볼 수있고 주변 시군의 특산물도 흔전만전 싼값이다.
이 난장에 대한 일반시민의 인기는 대단하다. 금년엔 지난해의 배가 되게 각종 민속이 재현됐다.
그런데 이·난장이란 어디서온 말일까. 우리말 사전의 「난장」은 옛 과거마당에서 선비들이 무질서하게 들끓어 뒤죽박죽이된 곳을 일컫거나 아니면 난장판의 준말로 폭력장을 뜻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무질서한 면보다도 오늘날 재현시키고자한 난장은 옛날의「난전」에서 맥을 찾아야할 것같다.
난전이란 옛날 나라의 허용범위를 넘어선 상행위, 노점 등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16세기 이후의 우리나라 역사에 보면 「금난전권」이 자주나오기도 하지만 연말 연초나 한 고을의 축제일같은 때엔 일반서민의 생활을 위해 난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 난전이 난장으로 변음해 사용되어 온 것이 아닐까. 모처럼의 전주단오절 난장이 일반시민에게 삶의 새로운 신바람을 불어넣는 장이 되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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