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플러스] 상인들 "부총리는 뭘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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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는데 갈수록 나빠집니다. 밥벌이도 힘듭니다."(남대문 시장 상인)

"2분기 성장률이 1.9%였으나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김진표 경제 부총리)

12일 0시. 남대문시장 순시에 나선 김진표(얼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시장 상인들로부터 "IMF 때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어야 했다.

1년 전만 해도 지방 상인과 야간 쇼핑객으로 붐볐던 남대문시장은 한산했다.

부총리가 시장을 둘러보러 온 것이 아니라 부총리 일행을 하릴없는 상인들이 구경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시장 관계자는 "옷은 걸려있는데 주인이 없는 점포는 폐업한 집이다. 빈 점포가 많으면 이미지가 나빠지니까 영업하는 것처럼 위장해 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인들은 주차장 확보 문제와 은행의 토요일 휴무에 따른 어려움 등을 건의했지만, 부총리는 거시 경제지표를 들어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답변하는 선문답이 이어졌다.

상인들은 영 못 미더워하는 눈치였다. 한 50대 상인은 "탁상 공론으로밖에 안 들린다"고 했다. 부총리에게 할 말이 있다고 자청했던 한 상인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실.도난 수표 때문에 피해가 크다는 불만이 나오자 부총리는 "10만원권은 문제가 없죠"라고 했다가 "10만원권이 제일 큰 문제"라는 답이 나오자 머쓱해졌다.

두시간여 만에 부총리 일행이 떠난 뒤 상인들에게 "부총리 방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물건을 좀 샀다고 하니 도움이 됐지."

부총리는 이날 등산용 모자와 여성용 점퍼 등 7만원어치 가량을 샀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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