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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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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중국에서 복합쇼핑몰 1호점 개점에 성공했다. 중화권을 대표하는 유통업체인 바이성그룹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개점한 1호점은 지난해 일본사업을 철수하면서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 ‘선택과 집중’해온 이랜드그룹의 첫 결실이다. 중국 유통시장에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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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제공

지난 1월 15일 중국 상하이 창닝지구에 있는 이랜드그룹의 도심형 아웃렛 ‘팍슨-뉴코아몰’ 매장에는 이니스프리·헌트·난닝구·티니위니·스코필드 같은 한국 브랜드가 즐비했다. 매장 내부에서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같은 한국 젊은이들의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랜드그룹이 중국 내 유통 1호점의 공식 오프닝 행사를 연 이날은 박성경(59) 이랜드그룹 부회장의 숙원 사업이 첫 테이프를 끊는 날이기도 했다.

백화점 전쟁터 중국에 유통 1호점 개점

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는 바이성(百盛·영어명 팍슨)그룹과 합작법인(조인트 벤처)을 설립한 데 이어 바이성그룹이 4년간 운영하던 백화점을 5개월 동안 300억 원을 들여 리뉴얼해 이날 성공리에 개장을 이뤄냈다.

상하이 1호점은 팍슨이 건물과 자본금을 제공했고, 이랜드가 200개의 콘텐트로 매장을 채웠다. 아울렛 내부는 명품 직매입 매장과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편집숍·외식브랜드 등으로 구성했다. 이랜드와 팍슨의 지분 비율은 51대 49다.

박성경 부회장은 팍슨-뉴코아몰의 그랜드 오프닝 하루 전날인 1월 14일, 상하이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최대의 유통·패션·외식 기업이 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 시장 개척은 올해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고 백화점도 하락세다. 왜 지금 유통인가.

이랜드는 한국서도 패션으로 성장하다 유통으로 진출했다. 중국의 백화점과 패션 산업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걸 이런 경험으로 예측했다. 2년 전부터 중국 유통 진출과 SPA 사업을 준비했다. 차별화된 한국적인 콘텐트를 들여온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위기는 항상 우리에게 기회라고 믿는다.”

바이성그룹은 중화권을 대표하는 유통업체다. 이랜드그룹과 바이성그룹의 인연은 중국 이랜드가 1998년부터 바이성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시작됐다. 이랜드그룹은 현재 중국 전역에 이미 7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0개 매점이 바이성그룹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박 부회장은 이런 이점을 활용해 합작법인을 설립,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몰’ 형태의 아울렛 개점을 추진해오다 1월에 드디어 개장을 하게 된 것이다.


“2020년까지 유통점 100개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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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중국 백화점과의 차별화된 점이 무엇인가

상하이에만 150개의 대형 백화점이 경쟁 중이다. 이젠 10억 명이 넘는 대중을 상대로 유통업을 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수의 대중을 우리 쇼핑몰로 끌어들일 것이다. 기존 상류층 고객을 위한 럭셔리관에 더해 SPA관·한류관·외식관을 구성했고, 할인 상품이나 혜택을 많이 넣었다. 중국에선 우리가 새로운 개념의 쇼핑몰이다. 앞으로 지역과 상권, 고객의 소득 수준에 따라 상품이나 매장기획(MD)을 달리 하는 맞춤형 쇼핑몰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다.

지난달 19일 일부 패션관을 먼저 개장한 팍슨-뉴코아몰은 이날 기존 팍슨백화점 일 매출보다 5배 많은 1525만 위안(약 27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이랜드는 올해 10개의 유통점을 더 내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개까지 점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아울렛인데, 단기간에 빠른 점포 확장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1호점은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2호점부터는 속도가 붙어 새 매장 개장이 2~3개월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올해 목표치인 10곳은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중심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기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던 백화점을 우리가 새 단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에 힘을 쏟을 필요가 없어 한 곳당 20~5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기존 백화점을 인수해 NC백화점으로 리뉴얼해왔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승산이 있다.

백화점 하나를 다 채울 수 있는 외식·패션·액세서리 등을 보유한 250개 브랜드도 우리의 힘이다. 지난 3일 동안 팍슨-뉴코아몰을 벤치마킹하러 찾은 백화점이 200곳이 넘는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가치를 높게 사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대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유통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진출했다가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세계그룹은 중국에 진출했다가 최근 중국의 이마트 차오바오점을 폐점하는 등 그동안 줄곧 점포 문을 닫아 왔다. 롯데그룹도 ‘칭따오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의 중국 내 영업적자가 늘면서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중국에서 백화점시장이 포화상태이지만 아울렛과 쇼핑몰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랜드그룹에서 복합쇼핑몰 형태로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랜드그룹이 20년 동안 중국에서 구축해 온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면 유통업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공요인은 돈독한 인맥과 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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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문을 연 팍슨-뉴코아몰 전경.

또 다른 동력은 중화권 기업과의 돈독한 인맥 아닌가.

그렇다. 우리는 그들과 비즈니스보다는 가족 관계에 가깝다. 그 정도의 신뢰감을 지난 20년 동안 쌓아왔다. 팍슨·왕푸징백화점그룹이나 완다그룹 등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 신뢰하고 있고, 우린 약속한 것을 어기지 않는다. 신뢰와 파트너십으로 다른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는 중국에서 우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한 요인을 꼽는다면?

철저한 현지화다. 연간 5000명의 중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중국에 파견되는 직원들에게도 중국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의무적으로 읽게 한다. 장학금 지원과 장애인 의족 지원 등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주는 중화자선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중국인 절반은 이랜드그룹이 중국 현지 회사라고 믿을 정도다.

박성경 부회장의 중국 공략은 숨은 역사와 스토리가 많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SPA 브랜드인 스파오를 중화권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에 따라 스파오는 한류 아이돌그룹인 ‘엑소’와 여성 아이돌그룹인 ‘AOA’와 전속모델 계약을 맺고 스타마케팅으로 중국의 젊은층과 구매력있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어필하는 전략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중국 유통 1호점 개점은 그 같은 오랜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한국에서의 이랜드 사업은 어떤가.

2018년엔 중국 매출 비중이 한국보다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은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시험하는 테스트 마켓이다.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행 관련 콘텐트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유통 1호점을 계기로 중국에서 20~50대까지 아우르는 고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 가족단위의 고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쇼핑몰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렛 매장 오픈을 계기로 박성경 부회장의 중국 공략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상하이(중국)=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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