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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탐구] 리조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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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리조트 업계가 활기에 넘쳐 있다. 예약 부탁을 거절하느라 직원들은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전화받는 것조차 피할 정도다.

그러나 리조트 산업은 단기적으론 돈을 까먹는 장사다. 초기 투자비용으로 수천억원이 들어가지만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레저 수요 확산으로 전망이 있는데, 단기적으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리조트 산업은 '꿈을 먹고 사는 산업'이란 말을 듣는다.

◇주5일 근무제 확산에 기대=전국에 10개의 직영 콘도를 갖고 있는 한화리조트는 16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전 직원이 비상 근무에 들어간다. 휴가와 방학이 겹치는 7~8월 두달 동안의 매출이 연간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이 회사 신기용 과장은 "회원들에게서 리조트 희망 이용 날짜.지역을 신청받아 6월 말 방 배정을 끝냈다"면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리조트 업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 리조트가 8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차 옴싹달싹할 수 없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이재원 팀장은 "단순 숙박.관광형에서 체류.휴양형으로 레저 패턴이 바뀌면서 리조트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콘도와 스키장.골프장이 함께 있는 종합리조트가 인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조트 산업은 이용객은 넘쳐나는 반면 분양은 저조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리조트는 콘도 등의 숙박시설과 스키장.골프장.수영장 등 각종 부대시설이 일정한 지역에 몰려 있는 휴양지다. 경주 보문단지, 제주 중문단지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보통 용평리조트.휘닉스파크.현대성우리조트.비발디파크.무주리조트.한솔오크밸리.양지파인리조트.강촌리조트 등 대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한 휴양지를 리조트라 부른다. 콘도만 있는 '무늬만' 리조트인 곳이 훨씬 많다.

현재 콘도를 운영하는 기업은 49개다. 전국 96곳에 2만2천3백여개의 객실을 갖고 있다. 이 중 강원도에 70%가 집중해 있다.

리조트 산업은 1990년대 레저산업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급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여파로 한 때 주춤했으나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주 5일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문화정책관광연구원 김향자 박사는 "무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리조트가 각광받고 있다"며 "고용 창출과 세수(稅收)증대, 그리고 지역개발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현재 운영 중인 카지노와 호텔 이외에 내년에 골프장, 2005년에 스키장과 콘도를 세울 예정이고 경북 문경시는 폐광지역에 콘도.골프장.스키장을 포함한 문경레저타운을 세운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강원 평창군은 진부면.도암면 일대 6백61만㎢에 7천억원을 들여 오대산리조트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외화내빈으로 기업들 고전=전문가들은 리조트 산업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형 6개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4백48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0.6%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단기에 승부를 걸기에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휘닉스인포비즈㈜의 김성준 상무는 "초기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이용객이 특정 시기에 몰려 수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콘도에 스키장.골프장을 갖춘 종합리조트 한 곳을 개발하려면 1백만평 이상의 토지를 확보해야 하고 3천억~5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콘도 분양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어렵다.비수기에는 손님이 격감해 콘도의 연중 가동률이 40%선에 불과하다.

현재 종합리조트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하나도 없다. 업체들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비수기에 기업체 연수.세미나.학회 등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국휴양콘도미니엄협회 최용규 사무장은 "회원에게서 하루 5만~6만원의 이용료를 받아서는 현상 유지를 하기에도 급급해 시설 개.보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인.허가를 받는 데 몇 년씩 걸리고 환경보호 논리에 밀려 개발비와 금융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다고 하소연한다. '투자=땅 투기'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섭섭해 한다.

최근 경쟁이 심해지면서 싸구려 상품으로 마구잡이 회원을 모집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펜션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도 업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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