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영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기사 이미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등이 11일 여의도 옥시 본사를 방문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가해업체 두 곳의 전직 대표 2명 등 4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는 정부가 2011년 살균제 피해와 가해업체들의 책임을 인정한 지 5년 만에 처음이다.

‘세퓨’ 제조업체 대표 등 3명도
환경부 “태아 피해 접수 받겠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신현우(68) 전 대표와 김모 전 연구소장, 최모 전 선임연구원에 대해 11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다. 가습기 살균제를 팔기 위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독성 화학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살균제의 유해성과 흡입 독성 실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실험 과정을 생략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의 폐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보건 당국이 제품 회수와 판매금지 명령을 내릴 때까지 PHMG가 들어간 옥시의 살균제 450여만 개가 시중에서 팔렸다.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4개 가습기 살균제 업체의 1, 2등급 피해자 221명 중 177명, 사망자 90명 중 70명이 옥시 제품을 썼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의 초점은 2000~2005년 사이 벌어진 일들에 맞춰져 있었으며 그 이후 진행된 살균제 판매 과정과 증거인멸, 보고서 조작 등의 의혹은 추가로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옥시의 영국 본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옥시가 영국 본사에 인수된 시기가 문제의 제품이 출시된 이후인 2001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한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 오모씨에 대해서도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씨는 2009~2011년 안전성 검사 없이 유해 성분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이나 논문 등에서 얻은 정보로 물과 PGH를 섞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제품 사상자는 27명(사망자 14명)이다. PGH는 옥시의 살균제에 들어간 PHMG보다 독성이 네 배가량 강해 짧은 기간 판매했음에도 많은 사상자를 냈다.

검찰은 옥시와 마찬가지로 PHMG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가해업체들로 수사를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태아 독성 확인”=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태아의 폐 기능 등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환경부가 2014년 4∼10월 신청받아 실시한 2차 조사 결과 피해 인정을 받은 생존자 30명 중 3명이 태아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질환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의원은 “태중 사망 건에 대해서도 (피해) 신청을 확대해 받을 것이냐”고 질의했고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글=서복현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