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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폭발…트레이드 설움 날린 정의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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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소년은 큰 꿈을 꿨다.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꿈은 꿈으로만 남은 채 1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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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의윤(30·SK 와이번스·사진)의 꿈은 그리 크지 않다.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것, 남들처럼 야구를 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올시즌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정의윤의 상승세가 놀랍다. 그는 10일 현재 타점 1위(39개), 홈런 3위(8개), 타율 9위(0.341)에 올라 있다. 정의윤은 특히 4번 타자답게 타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당 타점이 1.18이나 된다. 득점권 타율은 9일 현재 무려 0.447이다. 만루 홈런도 올해 두 개나 날렸다.

김용희 감독 “붙박이 4번 타자” 신뢰
타점 1위 등 타격 전 부문서 두각
두산 김재환 또 2방, 홈런 10개 1위

SK는 시즌 144경기 중 이제 고작 3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정의윤은 올 시즌 170타점까지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지난해 세운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6개)도 넘볼 만 하다.

정의윤은 “내 앞에서 주자가 많이 나간 덕분에 타점을 올릴 기회가 자주 생긴다. 그렇다고 득점권 찬스 때 욕심을 내진 않는다. 상황에 맞게 타격하는 것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정의윤의 목표는 홈런왕이나 타점왕이 아니다. 화려한 기록 대신 매일 경기에 나서는 게 그의 꿈이다. 지난 2005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한 정의윤은 9시즌(2009~2010년 상무 시절 제외) 동안 한 번도 전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다.

2005년 부산고 졸업 당시 정의윤은 입단 동기 박병호와 함께 프로야구 차세대 홈런왕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LG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매년 2할대 타율에 머물렀고, 홈런은 한 시즌에 10개도 치지 못했다. 결국 LG는 그를 포기하고 지난해 7월 SK로 트레이드했다. 박병호가 넥센에서 폭발했던 것처럼 정의윤은 SK에서 확 달라졌다. 지난해 SK에서 뛴 91경기에서 정의윤은 타율 0.320, 14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SK의 확고한 4번 타자로 자리잡았다.

정의윤은 “지난 10년 동안 야구가 잘 풀리지 않으니 모든 게 싫었다. 계속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인상만 썼다”며 “요즘에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도 ‘잘 될 거야’라는 응원을 많이 해 준다”며 웃었다.

정의윤은 “SK로 이적했을 때 김용희 감독님이 ‘눈치보지 말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놀아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LG 시절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던 정의윤이 야구를 재미있게 하기 시작한 계기였다. 시즌 초 타율이 1할대로 떨어졌을 때도 김용희 감독은 “정의윤은 붙박이 4번 타자”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의윤은 아직도 지난 10년과 싸우고 있다. 그는 “예전 타격습관을 모두 버리고 정경배 타격코치님의 지도를 따르고 있다. 밀어쳐서도 장타를 만들 수 있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이별하기 위해 그는 팀 훈련뿐 아니라 야간 개인훈련도 하고 있다. 그게 지금의 행복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 정의윤은 잘 알고 있다.

◆4연패 탈출한 두산, 4연패 빠진 LG=프로야구 선두 두산이 1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3안타(홈런 5개 포함)를 때려내면서 11-7로 역전승을 거두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6-7로 뒤진 8회 초 주자 1루에서 김재환이 SK의 바뀐 투수 신재웅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김재환은 9회에도 2점 홈런을 날려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9·10호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은 히메네스(LG·9개)를 밀어내고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두산은 김재환 외에도 1회 선두타자 박건우가 초구 홈런을 날렸고, 민병헌(3회1점)·김재호(7회2점) 등도 홈런을 기록했다. 삼성은 서울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9-3으로 승리를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LG는 4연패에 빠졌다. 광주(kt-KIA)·대전(NC-한화)·부산(넥센-롯데)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프로야구 전적(10일)

▶두산 11-7 SK ▶삼성 9-3 LG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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