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업체 OCI, 3조원 대 새만금 투자 철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국내 대표적 태양광 업체인 OCI가 전북 새만금 산업단지에 3조4000억원을 들여 폴리실리콘 제조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접었다. 회사 측은 투자력 저하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첫 대규모 투자 기업이 백기를 든 것이어서 향후 새만금 투자 유치에 비상등이 켜졌다.

적자 탓 시행 4차례 미루다 ‘백기’
삼성도 7조6000억 사업서 발 빼

OCI는 10일 “최근 공시를 통해 새만금 산업단지에 지을 예정이던 폴리실리콘 제4공장과 제5공장에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당초 OCI는 2010년 12월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6000억원을 들여 연간 2만t 규모의 제4 폴리실리콘 공장을, 2011년 4월엔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만4000t 규모의 제5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듬해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으로 4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면서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게다가 2012년부터 4차례 투자를 미루면서 ‘올해는 더 이상 연기 공시를 받아줄 수 없다’는 증권거래소 판단을 반영해 아예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오창우 OCI 홍보상무는 “ 올해 (새만금 투자를) 철회하느냐, 투자하느냐 (양자택일) 중에서 회사 사정상 투자 철회를 선택했다”며 “지금 공장을 짓는다 해도 설비를 가동해 생산량을 늘리기엔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OCI의 부지 매입 계약이 유효해 투자 여지는 남아 있다. 오 상무는 “제4공장에 투자한 4700억원 규모의 설비를 어떻게 활용할 지는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OCI의 새만금 투자 철회는 삼성의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구축 사업 철회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정부·전북도와 7조6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투자 협약을 맺었다가 발을 뺐다.

이 때문에 새만금 투자 환경이 국내 기업에 근본적으로 불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은 새만금에서 국내 기업이 사는 땅값의 절반만 내고 세금 혜택도 받는다”며 “새만금에 투자한 일본 도레이나 벨기에 솔베이사의 생산 품목을 보면 OCI와 사실상 경쟁 업체인데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