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안된 사고어음도 유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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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배서(배서)안된 어음이라도 받을때 발행인에게 발행사실을 확인했다면 비록 그것이 사고어음이라 하더라도 취득자는 잘못이 없으므로 어음금액을 받을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어음을 주고받으며 책임·신분노출·세금추적 등의 이유로 중간유통과정의 배서를 생략하는 현실로 볼 때 배서없이 거래된 유통과정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서울민사지법에만 같은 다툼의 사건이 10여건이나 계류중이어서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거리였다.
대법원민사부(주심 윤일영대법원판사)는 5일 어음의 최후취득자인 이유임씨(서울사직동76)가 동부상호신용금고(서울종로2가75)를 상대로 낸 약속어음금청구소송에서 이 같이 밝히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민사지법항소부로 되돌려 보냈다.
이씨는 83년10월 어음할인사채업자로부터 삼영전자가 발행한 2천6백만원짜리 약속어음을 발행회사에 발행사실만 확인한 뒤 배서를 받지 않고 사들여 지급기일인 그해 12월18일 은행에 지급제시했으나 분실어음이란 이유로 지급이 거절되자 소송을 냈었다.
이 어음은 삼영전자가 83년9월 이종임씨(서울후암동)에게 물품대금으로 발행한 것으로 이씨가 다음날 동부상호신용금고에 할인해 넘겼으나 이 신용금고 직원인 이규식씨(37)가 다른 어음 16장과 함께 훔쳐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꾼 뒤 해외도피해 버렸던 것.
그후 이 어음은 사채업자 3명의 단계를 배서없이 거친 후 원고 이씨에게 넘겨졌었다.
이에 대해 1심은 원고승소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원고는 취득시 어음의 최후배서인(이종임씨)에게 연락, 누구에게 넘겼는지를 알아보는 등 유통과정을 학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1심과 엇갈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대법원은『어음을 넘겨주는 사람이 비록 사채업자라 하더라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취득자가 유통과정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고 원심파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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