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유방암 유전체 규명 환자별 맞춤·정밀의료 5년 내에 가능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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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의대 병리학교실 공구 교수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유방암 환자 560명의 유전체를 해독했다는 연구결과다. 12개국 48개 기관의 공동연구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양대 의과대 병리학교실 공구 교수팀이 참여했다.

인터뷰 한양대 의대 병리학교실 공구 교수

이 연구 결과를 두고 암 치료에 있어 개인 맞춤의료를 넘어 정밀의료가 앞당겨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왜 그럴까.

연구에 참여한 공구(사진)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의 가치와 암 치료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그는 난치성 유방암 치료의 내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기도 하다.

-연구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국내외 유방암 환자 560명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것이다. 한국인은 83명 포함돼 있다. 여기서 유방암 발생과 관련된 주요 유전자 93개, 암을 유발하는 유전적 변이 1628개를 찾아냈다. 특히 10개 유전자에 유전적 변이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전장유전체는 한 개의 세포에 존재하는 DNA 전체를 말한다. 환경 등 수많은 요인으로 인해 여기에 변이가 생길 수 있고, 이것이 계속 쌓여 암이 발생한다.”

-연구 의미가 남다르다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암유전체 분석 연구다. 암은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병이다.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 패턴을 규명했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유방암이 생기게 되는 기전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암은 유전자 하나의 변이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6~1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뭉쳐야 하나의 암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각각의 암세포마다 변이 패턴이 다 다르다. 유전자 변이 간 상호관계와 조합이 복잡하다. 각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지만 조합될 때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암 개인 맞춤 의료 현실화에서 중요한 토대일 텐데.

“현재 이미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표적항암제가 나와 있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수많은 항암제 후보물질도 개발돼 있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에 따라 다른 최적의 치료를 하긴 어려웠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개인 특성에 따른 치료법을 적용하고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유전자 변이에 맞게 항암제를 맞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유전자 변이 시대가 되는 거다.”

-세계적으로 정밀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어떤 개념인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연두교서에서 정밀의학 추진 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발표했다. 정밀의학은 세계적인 추세다. 맞춤의학의 다음이 정밀의학이다. 유전자 변이에 따른 치료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임상정보·생활습관 등 온갖 정보를 넣는 것이다.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한 사람이 살아온 라이프 패턴이 모두 암 진단, 치료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암 예방에도 의미가 클 것 같다.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다는 이유로 유방을 절제했다.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정밀의학이 현실화되면 이런 위험인자를 훨씬 많이 알게 된다. 훨씬 정확하고 구체적인 예방이 가능해진다. 생활습관을 개인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정밀의료 구현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해 인공지능 컴퓨터로나 가능하다. 그렇다고 먼 얘기는 아니다. 향후 5년 안에 정밀의학도 현실화될 것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난치성 유방암의 발암 기전을 종합적으로 규명해 기존 암 치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맞춤의료의 실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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