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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위한 정부의 QE 압박에 금리 인하, 담보 대출로 대응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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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 18면

중앙포토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추가인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진데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은이 국책은행에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그동안 입장은 신중론이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초강수를 둘 때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5%로 10개월째 동결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한은이 금융안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정책 여력’을 아껴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주열(사진)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상황이) 불확실 할 때는 정책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의 통화정책 신중론을 흔들 변수가 등장했다.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한은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지난달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신속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한은 발권력(돈을 찍어내는 능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거나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 속에 이 총재가 내놓은 카드는 담보 대출이다. 그는 이달 4일 “한국은행법상 확실한 담보가 있어야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투입한 돈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려면 출자보다 대출이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2009년 운영한 자본확충펀드를 제시했다. 이 펀드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채권을 담보로 대출하고 은행은 그 자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더 구체적인 방안은 이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부의 구조조정 가속화와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이 정해지는 시점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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