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막 풀려 아직은 조용한 ‘숨은 보석’ … 여성은 히잡 꼭 써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8호 12면

이란은 유엔 제재 등으로 오랫동안 여행지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슬람 신정국가라는 독특한 체제 특징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내부 상황이 적지 않다. 이란에서 3년간 생활한 테헤란대 대학원 국제경영학과 유학생 이은솔(27)씨의 도움으로 알아두면 편리한 정보를 정리했다.

장을 보는 이란 여성들.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쓰고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긴 상의를 입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인 최고지도자가 국민이 선출한 세속권력인 대통령과 국회보다 우위에 있는 독특한 신정국가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종교적 제약이 있다. 우선 이 나라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여성은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 히잡을 반드시 써야 한다. 이란 비자를 신청할 때 여성은 히잡을 쓴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윗옷은 엉덩이까지 덮어야 한다.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신체 피부는 겉으로 드러내선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긴 바지 차림을 하게 마련이다. 샌들은 허용된다. 남자도 반바지 차림은 금기다. 알코올 음료는 공식적으로 찾을 수 없어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야 한다. 외국인들이 ‘할랄(종교적으로 허용된) 맥주’라고 부르는 대용품이다.


이란 주요 관광지는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인파로 북적대지 않는다는 점이 미덕이다. 장소와 시간대를 막론하고 비교적 조용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의식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나 중세 수도였던 이스파한의 궁전·모스크에선 여유롭게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휩쓰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일본·중국의 개인 관광객이 간혹 눈에 띄었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네덜란드·미국의 소규모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유엔 제재 이후 움츠러들었던 관광 열기가 아직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여행객에겐 숨은 보석인 셈이다.


관광지 상점이나 바자르(전통시장)에서 호객 행위를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전통 공예품 제조·판매 현장에 대한 사진 촬영을 제지하거나 이를 빌미로 구매를 강요하는 일도 겪지 않았다. 다만 정찰제가 아니어서 가격 흥정이 필수적이다. 택시도 정해진 가격이 없어 흥정이 필요하다.


식사는 육류 중심인데 소스가 특별히 없으니 우리 양념을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어지간히 큰 식당에는 ‘게절럴러’라는 송어구이를 판다. 인플레가 심해 화폐가치가 크게 평가절하됐다. 공식 화폐단위는 ‘리알’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10분의 1로 줄여 ‘토만’으로 부른다. 공중화장실에는 휴지 대신 중동의 전통 비데만 있으니 휴지를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


이란인들은 대체로 친절하다. 손님을 따뜻하게 맞는 것이 자신들의 나라·지역·도시의 관습이라고 강조했다. ‘2016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 참석차 시라즈를 방문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원장 김성귀) 방문단 일행을 맞은 시라즈시의 아버스 레저이 부시장은 “손님을 따뜻하게 맞는 것이 시라즈시와 파르스 주의 오랜 전통”이라며 부인과 아들·딸을 데리고 나와 일행을 환대했다. 행사의 카운터파트인 이스파한대 국제경제소장인 코마일 타예비 교수는 일행을 자신의 본가로 초청해 저녁을 함께했는데 부모와 부인은 물론 동생과 여동생 가족까지 모두 모여 손님을 맞고 음식 준비를 했다. 때론 너무 친절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이와 결혼 유무, 부모 직업이나 연봉까지 물어보기 일쑤다. 풍속의 차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