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족자해비방의 중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일 열린 평화통일정책 자문회의에서 남북최고 책임자회담의 연내 개최를 거듭 제의한 전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남과 북이 민족의 자존을 드높이고 민족의 동질과 상호신뢰를 회복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먼저 민족자해적인 상호비방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제 얼굴에 침뱉는 민족자해적인 상호비방이 얼마나 민족에너지의 낭비인가는 말 할것도 없고 딴 나라 사람들이 속으로 비웃고 있을 일을 생각하면 새삼 얼굴이 뜨거워진다.
우리민족이 역사적으로 세계에서도 우수성을 과시하는 민족임은 자타가 공인하고있다.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단일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끈질기게 이어왔고 문화민족으로서 다른 어느 민족에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4O년의 분단이 빚은 이질체제의 강압적· 기계적 논리가 우리자신의 동질성과 민족의 자존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몰아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겠다.
그 같은 부자연하고 부조리한 논리로 해서 우리는 남과 북간 서로 상대방을 헐뜯고 때로는 해치면서 적대감을 조장해 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민족자해적인 비방과 민족성 파괴행동이 우리한민족의 미래에 무슨 보탬이 될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민족의 동질성과 자존의 기반위에서 서로가 현재의 부조리한 상황을 걱정하면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노력을 폭 넓게 추구해야 하는 것은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민족자해비방의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민족의 우수성을 자손만대와 세계 만방을 향해 더 드높이는 일에 남과 북이 허심탄회하게 협조해야 한다.
사실 우리민족이 게으르고 협동심·단결심이 없으며, 당파싸움이나 일삼는 민족이라 헐뜯고 그런 인상을 온 세계에 퍼뜨린 것은 바로 일제식민통치의 소견이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사를 마치 당파싸움이나 일삼아온 것처럼 왜곡한 일본의 파당싸움도 곰곰히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민족이 게으르고 협동심이 없다는 비방 또한 그동안의 경제발전을 통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다.
외국사람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기까지 하는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스스로 비하하는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 분단에의해 조성된 상호불신과 증악를 불식하고 통일의 기반인 사랑과 믿음의 분위기 조성을 촉진할 여지도 생길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써 지금 추진되는 남북적십자회담과 경제교류회담은 고무적인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과 함께 우리 민족의 우수한 기능과 재질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올림픽에 함께 참여하기 위한 남북체육의 실현노력도 촉진해야겠다.
남북간의 상호신뢰와 민족화합의 대의에 부합하는 어떤 일이라도 남북이 결코 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다.
남북이 통일 과 화합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역사의 요구이자 민족·대의의 지시다.
그 어느쪽도 그 같은 민족의 지상명령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