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김정은 이름 19회 김일성·김정일 2~3회 언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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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6일 제7차 당대회 사설을 실었다. 1면 대부분을 차지한 장문의 사설은 이번 대회를 보는 김정은과 권력 지도부의 인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설은 먼저 7차 당대회의 의미와 성격을 몇 개의 키워드로 강조했다. ‘주체 혁명위업 수행에서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될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란 제목에서는 이번 당대회 전과 후의 북한 체제가 달라질 것임을 주장했다.

인민·군대·청년 3대 전략 제시

특히 김정은이 “7차 대회는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놓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획기적 이정표’나 ‘승리자의 대회’ 등의 표현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김정은 시대의 3대 전략이라며 ‘인민 중시, 군대 중시, 청년 중시’를 제시했다. 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속에 당대회가 열리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국제사회의 눈길을 의식하고 있음도 드러냈다.

노동신문은 36년(당 규약에는 5년마다 개최 명시) 만에 이번 행사가 열리는 이유도 설명했다. 사설에서 “당 제6차 대회가 있은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나날은 우리 사회주의 건설 역사상 가장 준엄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1980년대 말 시작된 동구권 붕괴와 독일 통일, 소련 해체 등의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사설은 이어 “혁명의 변절자들, 현대판 종파분자들의 위험천만한 책동도 있었다”며 2013년 단행된 장성택 처형 등을 떠올렸다. 노동신문 사설은 “지난 30여 년간 조선노동당이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은 수령의 위대한 사상과 위업을 빛나게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눈에 띄는 건 김일성 3부자(父子)를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표현해 같은 반열에 올린 대목이다. 7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을 걷어 내고 김정은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1면 사설과 3면 정론(政論)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각각 50장과 57장에 이른다. 당대회와 관련한 두 글에는 ‘김정은’ 이름이 총 19차례 등장한다. 하지만 ‘김일성’은 10회, ‘김정일’은 9회다. 그나마 ‘김일성-김정일 주의’ 같은 관용구를 빼면 김일성은 3차례, 김정일은 2차례에 그쳤다. 사설은 “우리 태양 김정은 동지”라는 찬양문구도 썼다.

노동신문 사설은 경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나 전망은 제시하지 않았다. 36년 전 6차 대회 개막날 노동신문 사설이 “6개년 계획이 앞당겨 완수되고 웅대한 제2차 7개년 계획 수행에서 결정적인 전진이 이룩됐다”고 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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