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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가 되면 옐런 아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지명했다는 이유로 비토
“나는 부채의 왕, 저금리 유지할 것”

5일(현지시간)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트럼프가 옐런을 재지명하지 않고 ‘자르겠다’고 밝힌 것은 포춘지(지난달 21일) 인터뷰와 같다. 그러나 그 사이 트럼프의 신분이 ‘공화당 유력주자’에서 ‘대선 후보’로 상승했다. 말의 무게감이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는 “옐런에 대해 어떤 반대도 없다. 그녀가 일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화당 사람이 아니다”며 “옐런의 임기가 끝나면 아마 교체할 것이다. 그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옐런의 4년 임기는 2018년 2월까지다.

트럼프가 자신과 같은 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옐런을 내보내면 Fed의 신뢰도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례가 드문 ‘사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인 빌 클린턴 대통령은 공화당원인 앨런 그린스펀을 두 번이나 Fed 의장으로 지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집권 직후 공화당인 벤 버냉키 의장을 재지명했다.

트럼프는 정작 금리 정책에 대해선 “나는 저금리주의자”라며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한 달러 개념을 사랑한다”면서도 “강한 달러가 미국의 무역 지위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저금리를 선호하는 또 다른 논리는 미국의 부채다. 그는 “나는 ‘부채의 왕(king of debt)’이다. 부채를 활용하는 것을 사랑한다”면서도 “국가부채 19조 달러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옐런이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낮게 유지해 왔다.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자국 경제 상황을 이유로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누르면 환율 조작이 된다. 트럼프의 저금리 인식엔 환율 전쟁의 불씨가 내포돼 있는 셈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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