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뇨로 병원 온 환자, 절반이 암으로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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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는 비뇨기 계통 암의 중요한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금까진 혈뇨 환자의 10%가량이 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추적 조사에선 그 비율이 50%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병원 “중요한 암 초기 증상”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강석호 교수팀은 최근 5년간 병원을 찾은 22~90세 혈뇨 환자 36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두 명 중 한 명꼴인 48.0%(176명)가 암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방광암(120명)이 대다수였고 신장과 방광을 연결하는 관에 발생하는 요관암(28명), 전립샘암·신장암(13명) 등의 순이었다.

암이 아닌 경우에는 주로 요로결석이나 전립샘염 때문에 혈뇨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해외 의학계에서는 혈뇨 환자의 50%가량이 요로결석과 전립샘 비대증 등을 포함한 비뇨기계 질환을 앓고 있고 이 중 약 10%가 암으로 밝혀졌다는 논문이 비뇨기과 분야 국제 저널 등에 보고된 바 있다.

혈뇨는 현미경을 통해 100배 시야로 소변을 검사했을 때 적혈구가 5개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드물게는 음식이나 결핵약 등 일부 약제로 인해 혈뇨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방광이나 요관 등 소변이 지나가는 요로계에 암이 생기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출혈이 생기지 않는 일상적 자극에도 쉽게 피가 나온다”며 “혈뇨는 비뇨기계 암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통증을 동반하는 염증이나 결석과 달리 암으로 인한 혈뇨는 통증도 없고 나타났다가도 금방 사라지곤 해 그냥 무시했다가 병을 키우기 쉽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혈뇨 환자의 80%는 소변 색이 붉거나 갈색을 띠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육안적 혈뇨 환자’였던 만큼 혈뇨가 확인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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