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퇴색한 사회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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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테랑」대통령의 프랑스 사회당정부가 기대와 관심속에 출범한지 오는 21일로 만4년을 맞는다. 「장미빛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은행과 기간산업의 국유화로 서방최대의 국가관리 경제체제를 이루는등 사회·경제 개혁을 밀어붙였던 「미테랑」대통령은 이상과 현실, 개혁과 기존질서간의 마찰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합, 이른바 경제정책의 우선회를 선언하면서 집권 전반기를 넙겼다. 이념우선에서 현실중시의 정책으로방향을 바꾸면서 집권초기 불붙었던 개혁과 기존질서간에 대치는 이제 어느만큼 진정되고 잠잘날 없던 데모 소용들이도 가라앉아가고 있으나 「미테랑」대통령의 사회주의는 이미 서서히 퇴색해 가고있는 오늘이다. 「미테랑」사회주의의 4년을 되새겨본다. <외신부>
『당신은 프랑스의 등소평인가?』
월 스트리트 저녈지가 집권 4년을 맞은 「미테랑」프랑스 대통령에게 물었다.
자본주의는 실업과 산업감축만을 초래할 뿐이며 사회주의를 통해서만 신속한 경제발전을 이룰수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등장했던 「미테랑」사회당정부가 국제 경쟁력이 없는 주요산업분야의 고용을 과감하게 대폭 감축하는등 자본주의 원칙에 차츰 굴복하고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 질문이다.
「미테랑」은 이렇게 대답했다.
『전혀 다르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를 자유주의 체제로 바꿔가고 있으나 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출발, 이를 사회주의 체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각기 출발점이 다르지만 물론 이대로 계속 나가면 우리는 어느 지점에선가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등소평은 나보다 더 먼길을 가야할 것이다.』
81년5월10일 52·03%의 국민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 제5공화국 23년만에 좌파장권을 탄생시켰던 「미데랑」대통령은 「사회개혁」을 위한 1백m가지 선거공약에 따라 집권초기부터 각종 개혁정책을 밀어 붙였다. 같은해 6월에 실시된 하원 총선에서 대승, 절대 과반수의석을 훨씬 옷도는 2백69석을 확보해 개혁 정책 추진의 발판도 든든했다.
그러나 대규모 국유화와 각종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부유세등의 신설은 두뇌의 국외 탈출과 재산의 해외 도피를 불렀으며 기업의 투자기피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났다.
재정적자·무역수지 악화·인플레와 실업률 증가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당정부는 출범 1년반 남깃한 사이에 유럽 통화제도(EMS)안에서 3차례의 프랑화 평가절하를 경험해야했고 외환사용제한을 통해 해외여행규제및 물가와 임금의 일시적 동결(82년)등 긴축정책을 펴야만 했다.
사회·경제개혁 정책의 실패는 사회당집권이후 잇달아 실시된 지방선거·유럽의회 선거등 각종 선거에서의 좌파참패를 결과했으며 사회당과 연정을 이뤄왔던 공산당이 사회당의 각종 정책, 특히 고용정책에 반발, 지난해 7월 사회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사회당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도가 계속 떨어지자「미데랑」대통령은 결국 경제정책의 우선회를 결심, 집권전에 마련했던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후퇴시켜 자본주의와의 혼합경제를 모색하게 됐다.
고용창출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산업구조현대화를 과감하게 추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프랑스경제를 바로 잡겠다는 그의 이같은 변신은 물론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으나 비사회주의자들에겐 사회당정부가 이법에 사로잡힌 노예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히고 냉철한 결정을 내릴수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종언』이란 베스트셀러를 썼던 프랑스의 철학자「장·프랑스와 르벨」은 사회당 집권이후 프랑스 사회전체가 일반적으로 퇴행했다고 단언하고 『45년이래 처음으로국민 대다수가 사기업편에 서게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자유주의로의 국민의식변화는 불완전한 사회보장까지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동반하는 것으로 『이제 국민들사이에 나눠 갖기에 앞서 생산해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테랑」의 4년 치속에 대해 국민의 33%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을뿐 33%가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고 (SOFRES 여론조사) 86년 총선에서 좌파를 지지하겠다는 견해가37·5%, 우파지지가 57·5%였다 (파리마치지 여론조사). 「미테탕」의 대통령 당선이 프랑스를 위해 유익했다고 하는쪽이 37%, 잘못된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46%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55∼60%가 사회당정부에 부정적이다.
프랑스에 「무지개빛 사회주의」를 심으려한 「미테랑」대통령에게 4년이란 세월은 너무나 짧은 시간인지 그가 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기만 하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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