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책 내놓은 개선안|재일동포의 지문날인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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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정부는 지문 날인을 거부한 우리 재일 동포 한사람을 구속했다가 우리의 여론이 빗발치자 곧 석방한 후 지문제도 개선책 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러나 14일 발표된 그 「개선방안」을 보고 우리는 또 다시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그것은 결코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며, 완화가 아니라 강화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종래의 검은 잉크대신 무색약물을 쓰고 회전날인을 평면날인으로 바꾼 것은 한낱 눈가림에 불과하다.
또 지금까지는 관계기관이 지방자치 기구에서 날인 거부자를 고발치 않고 있는데도 개정안은 3개월간 설득을 하고 끝내 날인을 거부하면 고발하며, 그래도 계속 거부하면 등록필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일본의 현행 외국인 등록법이 얼마나 국제 법규와 도덕 원칙이 위배되고 우리 재일동포의 특수성을 망각한 처사인가를 다시한번 밝혀두면서 일본 정부의 자생과 재고를 촉구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재일 동포는 일본내의 어떤 외국인과도 다르다. 그들은 자의에 의해서 일본에 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저지른 소위 「대동아전쟁」의 전쟁 목적을 위해 강제로 끌려 간 한인들이거나 그 후손들이다.
당시 일본은 「내선일체」「일시동인」 이니하는 말로 그들을 끌어내어서는 다같은 「황국신민」 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었다. 물론 국적도 같은 일본 국적이었다.
그러나 전갱에 패배하자 그들을「사자 몸속의 벌레」 (전 일본수상 길전무의 발언) 라고 하면서 과거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갖은 학대와 멸시를 가해왔다.
우리 재일 동포들은 일본의 정부와 법률이 부과하는 모든 의무를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취업의 기화가 제한되고 공직 취임이 거부되고 연금 혜택을 못받고 있다.
「베르사유」 조약과 같은 국제법규들은 우리 동포와 같은 피해 국민들에 대해 「주소지국 국적 선택권과 그 취득권」을 엄연히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징용됐던 이디오피아인, 프랑스는 알제리인, 독일은 폴란드인, 영국은 인도등 그 식민지인들에 대해 국적을 부여하고 본국인과 똑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만은 우리 교민들로부터 일본 국적을 회수하고 다른 외국인과 똑같이 취급하여 5년마다 외국인 등록을 하게하고 지문 날인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등록법은 「호혜의 원칙」 에도 명백히 어긋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이 한국에 장기 거주할 때 최초의 한번만 지문을 찍을 뿐 반복되는 일이 없다.
미국의 경우는 외국인이 영주권 신청시에만 한번 지문날인을 할뿐이다.
그럼에도 오직 일본만은 외국인에게 5년마다 한번씩 등록을 경신케하고 그때마다 지문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또 자국민에 대해서는 지문을 찍게하지 않고 오직 범죄자에 대해서만 하고 있다. 외국인을 자국민과 차별할 뿐 아니라 범죄자와 동일시하고 었는 것이다.
이것은 국제법의 일반원칙뿐만 아니라 인도주의 원칙에도 배반되는 악법이라 아니할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범국민적 서명운동이 일고 있다. 더이상 여론이 악화되어 문세광 사건이나 역사교과서 파동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나지 않도록 일본의 과감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재일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는 등록법의 근본적인 개정과 지문날인제의 철폐로 표현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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