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성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엊그제 원성에서 있은 노처녀의 동성 결혼식이 화제가 되었다. 30대 남편역 여자와 40대 아내역 처녀가 「결혼」후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떠났다.
그런 동성결혼이 우리 사회에서 법적으로 인정될 리는 없다.
그러나 미국에선 동성애 문제가 대단하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동성애자는 1천7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인구의 8%다.
일본의 한 신문에 요즘 연재되고 있는 소설가 「시바·료오따로」(사마료태랑)의 『아메리카 소묘』 에도 「게이」 (남성동성애자) 의 얘기가 나온다.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라는 규정이 재미있다.
게이 올림픽의 위원장이었던 소아과 의사 「워델」은 『어느 민족에든 10%쯤은 게이가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70만명의 주민가운데 15만명의 게이가 살고 있다. 그러니까 게이 아닌 쪽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약과다. 84년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분리, 독립한 웨스트 할리우드시는 지금 「게이 시티」로 불리고 있다. 5명의 시의회 의원중 3명이 동성애자일 정도다.
시의회 의장선거에서 최다득표를 올려 초대시장에 당선된 「발레리·데리노」 여사도 레즈비언 (여성동성애자) 이다. 그는 20개 이상의 게이 정치단체로부터 공인(인도스먼트)을 받았다. 입후보자 40명중 21명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게이임을 선전했다.
일본의 「문예춘추」최근호는 『기상대외, 미국 호모의 거리 견문록』을 싣고 이 웨스트 할리우드 시가 LA에 사는 30만명의 「게이들의 낙원」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선 게이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 없다.
신조례 「더메스틱 파트너십」도 제정됐다. 결혼관계가 아니라도 동성배우자 관계를 인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아직 정식 결혼관계가 인정되진 않는다.
헤럴드 이그재미너지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유행을 분석하고 심각한 결론에 도달했다.
60년대와 70년대는 인간성 회복을 고뇌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RICH & THIN」신봉의 시대라는 것이다. 『돈버는 입과 날씬해지는 것』외엔 생각지않는 시대라는 것이다.
게이가 극성을 부리는 건 그런 가치관의 반형이다.
우리나라에도 동성애가 없었던 건 아니다.
『흥부전』엔 놀부가『약한 노인 엎드러뜨리고, 마른 항문 생짜로 하기의 능수였다』고 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엔 세종의 며느리인 세자빈 봉씨가 시녀들과 「괴상한 짓」을 해서 쫓겨났다는 기록도 있다. 서민사회에는 「움막」 이라는 곳이 바로 게이의 장소였다.
세상이 하도 이상스럽게 바뀌는 시대라 우리나라에도 그런 풍속이 없으란 법이 없다. 미소를 지어야할지, 고소를 지어야할지 모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