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에 명함 돌린 ‘벤처 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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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중관춘 투자 유치 행사에서 기업을 소개하는 한국의 차량용 플랫폼 스타트업 오윈(OWiN) 관계자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중국의 창업 메카인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14개 업체가 중국의 벤처 투자가들 앞에서 열띤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검색업체 바이두 등을 탄생시킨 곳으로 유명한 중관춘은 제2의 마윈(馬雲)을 꿈꾸는 촹커(혁신형 창업가)들과 투자자들 간의 네트워킹이 상시 이뤄지고 있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다.

14개 스타트업 ‘파트너링 데이’
“기술력 있는 한국, 좋은 파트너”
중국 대표 투자업체들 큰 관심

‘한·중 스타트업 파트너링 데이’라 이름붙여진 이날 행사는 사전 심사를 통해 선발된 14곳의 국내 스타트업과 중국 투자자들을 맺어주기 위해 코트라(KOTRA) 베이징무역관이 기획했다. 이날 행사에는 칭화(淸華)과기원, 칭화퉁팡(同方)주식회사, 팡정(方正)그룹, 화톈(華田)투자 등 중국을 대표하는 벤처투자업체를 포함한 40여개사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14개 업체 대표들은 반려견에 부착하는 스마트 인식표찰 등 생활용품에서부터 업무용 전력제어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상품을 선보였다. 드론 업체 ‘숨비’는 해상 구조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론과 제어시스템을 실연 동영상과 함께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전력제어시스템을 발표한 ‘코엔스’의 김철윤 대표는 “하얼빈 공과대학과도 좋은 조건으로 상담이 오가고 있다”며 “중국 투자자의 자본 지원을 받아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상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에 설명회를 마친 업체들은 오후에는 자사 제품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들과 1대1로 만나 기술적 강점과 상품화 계획을 설명하는 상담회에 참석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모처럼 마련된 한국 스타트업과의 만남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투자업체 치디(啓迪)홀딩스의 프로젝트매니저 왕충충(王聰聰)은 “실리콘밸리의 미국업체들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가 투자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 비해 기술도 뛰어나고 우리가 파트너로 참여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투자자들은 한국에 비해 장기 투자를 하고 한번 투자하면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로 액수가 크기 때문에 한국 창업가들 사이에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코트라 이병우 수출기업화지원실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 벤처 기업들의 기술과 창의력을 높이 보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모임을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지방도시로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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