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대적 사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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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몇주 사이 청와대에는 비슷한 유형의 첩보 보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단다. 물론 사정기관들로부터다.

'일부 청와대 직원들이 스폰서를 불러 강남의 술집에서 술을 먹었다''모 수석이 밤마다 기업인들과 만난다''모 부처 고위공무원이 특정업체와 유착돼 있다''굿모닝시티와 관련해 누구누구가 돈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과거에도 늘 있었던 루머다. 그러나 그렇게 넘기기엔 내용이 구체적이란다. 특히 함께 술자리에 있었던 다른 공무원이 전하는 얘기까지 있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기업 쪽의 정보도 청와대엔 들어온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입수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청와대 공무원들의 평가도 있다고 한다.

예컨대 '누구를 만나보니 어떻더라'하는 얘기다. 거짓말이 아닌 이상 만났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사실확인에 나선 배경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최근 청와대 전 직원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돈을 벌고 싶거나, 명예를 얻고 싶은 사람은 청와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냥 생각 없이 한 원론적 얘기가 아니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대대적인 사정의 필요성을 느껴온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흔들려선 안된다는 절실함이다.

한 핵심 측근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일부의 비난 속에서도 이 정부가 버틸 수 있는 힘은 도덕성에 있다"며 "그러나 깨끗하다는 것은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과거처럼 권력과 '편안한 관계'를 조성하려는 다양한 접근들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정부 출범 직후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재계 등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편안한 관계가 아니라 건전한 긴장관계가 참여정부가 원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비리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 사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치인 사정은 신당 창당과 내년 총선에서 신당이 기존 정당과 차별화하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굿모닝시티 사건과 현대비자금 1백50억원 수사 과정에 거물급 현직 정치인들이 상당히 포함됐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정치인 비리사건이 불거질수록 신당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기획 사정은 없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고위 관계자도 "정치인 사정은 청와대 소관이 아니다"며 "모든 것은 검찰이 결정하고 진행할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의지를 실을 수는 있는 거다. 이번 사정의 결과가 8월 중에 가시화할 예정이고, 이는 신당 창당 시간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관가는 당분간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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