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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저지하라' 크루즈-케이식 제휴 성공하나

중앙일보

입력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3위를 달리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두 후보가 향후 경선에서 협력하는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밤 크루즈 캠프 매니저인 제프 로는 “당을 통합하고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우리는 인디애나 경선에만 집중하고, 오리건·뉴멕시코주 경선에선 케이식 주지사에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케이식 캠프의 수석 전략가인 존 위버도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클리블랜드에서 중재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라며 “서부 지역 경선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인디애나에선 크루즈에게 길을 터주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의 전략은 각각 승산이 있는 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3자 구도를 양자 구도로 바꿔 ‘단일화’ 효과를 내고, 트럼프의 표를 잠식해 ‘매직넘버(대의원 과반 1237명)’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두 후보의 성명 직후 트위터에 “거짓말쟁이 크루즈와 케이식이 내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결탁했다. 필사적이구만!”이라고 글을 남겼다.

크루즈는 경선 내내 케이식에 각을 세웠다. “트럼프의 부통령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 아니냐”며 케이식을 겨냥했다. 지난달부터 공조하자던 케이식 측의 제안도 거절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뉴욕에서 대승을 거두고 26일 열리는 동부 5개주 경선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트럼프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는 걸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 NYT는 이들의 공조를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한 최후의 필사적 방어”라고 표현했다.

뉴욕 경선에서 대의원 89명을 추가한 트럼프는 남은 15개 주 경선에 걸린 대의원 674명 중 392명을 얻으면 자력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 26일 펜실베이니아(대의원 71명)·메릴랜드(38명)·코네티컷(28명)·로드아일랜드(19명)·델라웨어(16명) 경선에서 트럼프는 앞서고 있다. 다음달 3일 승자독식제로 치러지는 인디애나(57명) 경선이 트럼프를 막느냐 못 막느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라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NYT는 “남은 경선이 얼마 없기 때문에 크루즈는 인디애나에서 트럼프를 멈춰 세워야만 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마지막 승부수는 효과를 거둘까. 폭스뉴스가 지난주 실시한 인디애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1%, 크루즈는 33%, 케이식은 16%의 지지율을 보였다. 케이식이 빠질 경우 트럼프와 크루즈의 격차는 2%포인트로 좁혀졌다. 양자 구도가 되면 트럼프에게 패배를 안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NYT는 “이런 노력이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트럼프를 막으려면 케이식에 투표하라”고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 것과 달리, 크루즈·케이식 캠프의 성명에는 그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화당의 최대 기부자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찰스 코크는 24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공화당의 경선 후보들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보다 나았다”며 “또 다른 클린턴도 공화당 후보보다 잘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공화당의 큰 손인 코크 형제는 이번 대선에서 9억 달러(1조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막말과 엉망진창인 공화당 경선에 분노해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ABC 방송은 분석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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