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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격호 "내가 건강한데 왜 병원을 가나" …성년후견인 일정 차질빚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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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2월 3일 오후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를 위해 서울 가정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상태 검사를 위한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롯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입원 절차가 지연될수록 분쟁의 ‘공식 종결’도 미뤄지게 된다.

신 총괄회장 측 법무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본인(신격호 총괄회장)이 입원을 거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병원에) 가셔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설득중이지만 본인이 거부하면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내가 건강한데 거기(병원)을 왜 가는가. 왜 그런 (검사)를 해야하나. 의사에게 오라해라”며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신 총괄회장에게 4월 중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감정절차를 밟으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정숙씨가 “오빠의 상태가 예전과 같지 않다”며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제도는 노령·질병 등으로 판단 능력이 온전하지 못할 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행위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정기간이 2주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5월 중순쯤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신 총괄회장이 입원을 거부하면서 5월 모든 소송을 마무리짓고 6월 호텔롯데 상장을 마무리짓겠다는 롯데 측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신동빈(61) 롯데 회장과 경영권 다툼중인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입원 절차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또렷한 판단능력에 따라 장남인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며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

롯데 측 법무대리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4월 중 입원은 법원의 명령이고 따라야 한다”며 “이를 어기면 입원을 (물리적으로)강제할 순 없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임시후견인을 지정하는 등 적절하게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심리때 이미 신 총괄회장 본인이 입원검사를 동의했다”며 “(입원 거부가) 정말 본인의 뜻인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검사를 받아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라고 판단이 나오면 완전한 패배가 인정되는 만큼 신 전 부회장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 측 김 변호사는 ‘고의적 시간끌기’를 부인하며 “본인이 거부하는데 강제로 입원시킬 수는 없는 만큼, 법원에 조금 더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허락을 구할 계획”이라며 “2~3일 설득하며 더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4월 중 입원을 끝내 거부할 경우 재판부는 5월 다시 심리를 열어 내용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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