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비자금이 남는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4분기중의 설비자금 대출부진은 은행측 사정보다는 돈을비는 쪽의 사정과 더 관계있는것같다. 무엇보다도 작년 4·4분기이후 수출과 국내경기가 동시에 부진했던 점에 비추어 설비자금의수요가 그전만큼 활발치못할 것은 짐작이 어렵지않다.
물론 은행으로서는 정부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라 저마다 여신계획이나 자금계획이 있을터이고 만성적인 재원부족때문에 저축등 신규재원이 생기지 않으면 설비자금같은 장기성대출보다는 단기일반자금쪽으로 자금을 운용하는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4월의 금리인상이전에는 장단기대출간의 금리차이도 없어 더더구나 이같은 장기대출이 기피되었음도 주지된 대로다.
그러나 요즘의 설비투자부진은 이같은 공급쪽의 사정못지않게 기업의 투자마인드의 저조와 연관되어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그러고 이같은 투자분위기의 저조는 그것이 수출과 경기부진이라는 실물쪽의 사정뿐만 아니라 산업조정과 부실정리라는 당면과제의 추진과정에서 기업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결과와도 무관하지않다.
전자의 경기부진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미가 보였고 특히 올 들어서는 수출쪽의 침체가 두드러져 전체경기의 활력이 줄어드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이처럼 수출주도의 경기부진이 단기적 순환현상이라기 보다는 산업의 전반적 경쟁력저하와 상품 시장개발력의 한계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단기적대응만으로는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산업조정과 구조적개선의 불가피함은 이런때문이며 그 기본줄거리는 기술혁신적 투자와 산업합리화투자가 될수밖에 없다. 『불황기에 투자하라』는 단순논리가아니라 지금 싯점의 투자전략은 이처럼 구조개선을 위한 조직적·계획적투자가 아니면 안된다.
정부가 올해 성장율을 7.5%선으로 유지하고 30%의 투자율을 실현하는데도 지금으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터에 1·4분기의 설비투자 부진은 매우 우려할만한일이 아닐수없다. 구조적 산업조정은 일거에 해결할수 없다해도 당장의 경기유지와 수출산업의 기반조성을 위한 설비투자는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지원 뿐만아니라 기존 경쟁력의유지를 위한 기술개발투자도 계속지원돼야하며 당면과제인 국제수지개선을 위한 국산기계산업지원도 더 늘리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시설을 최신최고수준의 것으로 해서 제품의 고급화로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해야한다.
지난번의 금리조정과 신축적 통화운용으로 은행으로서는 재원의 여유와 함께 장기자금의 대출수익성도 높아진점에 비추어 적극적인 설비금융지원에 나설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런 공급쪽의 사정 못지않게 투자분위기를 쇄신할 여건의 마련이다. 산업조정이나 부실정리가 당면 최대의 과제임에는 분명하나 그 추진과정에서 빚어질수있는 부작용이나 불확실성은 최소화하는 노력이 없어서는 안될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