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지출 늘린다…재정건전성 위해 특별법 추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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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예산지출은 당초 계획보다 확대할 방침이다. 꺼져가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채무준칙을 포함한‘재정건전화특별법’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2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재정전략ㆍ개혁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기로 하고, 내년 지출 증가율을 2.7%로 잡았다. 이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은 396조7000억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회의 전 열린 브리핑에서“지난해에는 2.7%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경기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미세하나마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지출 증가율은) 내년 예산편성과정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세 조정’의 의미는 경기를 감안하면 정부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지만, 빠듯한 재정 상황상 대폭 증가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로선 3%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신 최대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 경기 보완과 재정 건전성의 ‘두마리 토끼’잡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예산 편성의 중점 분야는 청년과 여성의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확충, 북핵 대응과 치안 등이다. 각 부처 재량지출을 10%씩 줄여 아낀 재원을 이 분야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로는 재정건전성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재정준칙과 페이고(Pay-go)제도, 집행현장조사제 등을 담은 가칭 ‘재정건전화특별법’제정도 추진한다. 그간 재정당국 차원에서 활용하던 원칙을 법적 의무화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의미다. 재정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회보험도 통합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에 따라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이하인 국가채무의 비중이 2060년에는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에 담을 내용으로 검토 중인‘채무준칙’의 경우 중앙정부의 채무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의 강력한 재정건전화 수단이다.

송 차관은 “적정 채무비율이라는 것은 따로 없지만 과거 유럽연합(EU)는 60%를 넘지 않도록 하자는 권고를 했다”면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복지제도가 성숙되기 전 단계여서 재원 소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통일이라는 큰 변수도 있어 보수적으로 채무비율을 가져가야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방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 재원을 분리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지방교육청이 법정지출 예산편성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특별회계의 재원은 누리과정이나 초등돌봄교실과 같은 국가 정책사업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된다.

정부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과 내년도 정부예산안 편성에 반영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9월에 확정돼 국회에 제출된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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