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은 「평상」때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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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미국공식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데 대한 소감과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81년에 미국에 갔을때는 미국정부도 새로 출범했고 우리도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서로 얼굴도 잘 모르고 서먹서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에 가보니 81년과는 판이하게 구면이 많고 우의가 각별했습니다. 모두 우리를 마음으로부터 환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레이건」대통령 내외분은 친한 친구를 대하듯이 진심으로 반가워했고 나도 매우 반가웠습니다.
본래 정상회담은 단독회담과 확대회담, 그리고 오찬회의로 진행되도록 되어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이기때문에 단독회담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탄없이 잘 진행되어 예정과 달리 확대회담은 오찬을 하면서 계속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정치·경제·안보등 모든 분야에서 내실 있고 깊이 있는 회담을 했습니다.
「레이건」대통령이 직접 말한대로 한미 양국이 「각별히 따뜻한 관계」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한미수교 1세기를 지나는 동안 지금만큼 원만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성과는 「레이건」대통령이 직접 확고한 방위공약을 밝혔듯이 안보결속을 더욱 강화한 점일 것입니다.
경제문제도 교역의 확대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압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전혀 압력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또 미국측은 민주주의 터전을 공고하게 가꾸어 나가는 우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40년 동안에 이만큼 민주주의를 가꾸어 나온 국민의 수준 등 모든 역량에 대해 높은 평가를 표시했습니다.
이번 방미성과는 한마디로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안보문제에 대한 협의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번 방미는 시기적으로 보아 안보·결속을 강화한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안보문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가장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했습니다. 비상시를 닥쳐서야 그것에 대처하는 노력은 이미 늦는 법이며, 비상은 평상 때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수차에 걸쳐 강조해 왔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재발방지와 평화정착은 앞으로 3∼4년이 결정적인 시기가 되는 것입니다.
88년까지 전쟁 없이 우리의 목표대로 전진해 나가면 시간은 우리편이며 그 이후에는 전쟁 위협에서 해방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 내가 보는 전망입니다. 따라서 전쟁재발 방지노력은 생존과 발전의 토대임은 물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비롯해 지속적인 성장과 우리의 목표인 선진도약의 모든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근본 터전입니다.
이러한 터전은 북한이 최근 막대한 경비를 들여 휴전선 부근에 대규모 전투법력을 전진배치하여 기습공격력을 강화해놓고 있는 데서도 한반도는 물론, 지역평화를 위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있습니다.
나는 「레이건」대통령에게 88년까지의 3∼4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으며 북한의 전투법력 전진배치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했습니다.
88년이 되면 11월의 미국대통령선거, 우리의 대통령선거, 그리고 올림픽 등이 있어 미국도 한반도 안보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대해 「레이건」대통령도 공감했으며 본인과 「레이건」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협력해서 철저하게 대비하자고 했습니다.
「레이건」대통령은 직접 북한의 군사적 모험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를 하고 어떠한 도발도 우리와 협조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확언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된 남북대화문제에 대한 의견일치와 공동보조 결의에 따라 우리의 대화주도 노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한미 양국의 경제 관계에 대한 협의내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미간의 교역규모는 84년에 1백70억 달러로서 61년에 비해 1백배 이상 신장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우리측의 혹자가 3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을 잘 모르는 기업인들은 우리를 일본처럼 보고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83년 「레이건」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확대회담에서 왜 미국은 한국을 일본과 같이 취급하느냐고 강조한바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일본처럼 보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지적했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 측 인사들은 모두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88년에는 거의 수입자유화가 되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의 말에 참석자들은 충분히 이해를 표시했습니다. 한미 양국의 교역확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본인과 「레이건」대통령은 그러한 교역의 확대가 양국의 국가이익에 기여함은 물론, 그것을 통한 우리의 경제안정과 성장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와 동북아정세의 안정에 기여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그러한 인식 아래서 경제관계의 확대발전 의지는 앞으로 호혜와 보완적인 경제의 동반관계를 심화해 나가는데 중요한 기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미동포들을 돌아보고 느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미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는 교포2세들을 만나 조국의 기대와 격려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을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국민에 대한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는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각자가 안보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결코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미국의 안보협력 의지가 아무리 굳건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줄 수는 없으며 우리 운명의 주체는 바로 우리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8년까지는 안보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더욱 투철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이룩하는 원동력은 언제나 국민적 노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밖으로부터의 성원이 아무리 강해도 안에서 불화하고 힘이 분산되면 안보는 약화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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