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산업개혁 추진"…경제정책 무게중심 구조조정과 투자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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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를 통한 '산업개혁'으로 옮겨간다. '2%대 저(低)성장' 함정을 탈출하기 위해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기존 주력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에 돈이 흘러들어가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따라 부동산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확충'에 주력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2기 경제팀' 과는 기조가 상당히 바뀌게 됐다. 새로운 정책기조는 향후 정부의 세제 개편과 예산안 편성에 반영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노동·공공·금융·교육개혁의 4대 구조개혁에 더해 '산업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구조조정을 더욱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신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21일 유 부총리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열렸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관 관련해 "국민 경제에 영향이 큰 업종은 관계부처들이 종합점검을 해 부실기업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통해, 정상기업은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통해 재편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인 현대상선과 관련해선 "정해진 스케줄이 있으니 (구조조정을) 한없이 늦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채권단은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 등을 조건으로 원금과 이자상환을 유예해준 상태다. 수주난에 부딪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특정 업종이나 지역을 염두에 두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근로자의 고용 불안 등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여러가지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을 도맡고 있는 산업은행 등의 '실탄'을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면서 "기획재정부만으로는 안되고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은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유 부통리는 힘을 잃어가는 주력산업을 보완하기 위한 신산업 투자 촉진 '드라이브'도 예고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론되는 IoT(사물인터넷) 등은 전형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산업인데 제대로 추진되려면 세제와 재정이 투자위험을 분담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모두 다 할 수는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당장 올해 세제 개편과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유 부총리는 "내년 예산 편성에도 신산업 투자와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정책기조를 바꾸는 건 최근 급속한 투자 위축세에 따른 것이다. 2기팀의 소비진작책에 내수는 어느정도 버티고 있지만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설비투자도 위축됐다. 투자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고용률 제고 등에 상당히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유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 것도 설비투자 부진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7%로 끌어내렸다. 이어 한국은행도 19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떨어뜨렸다.

향후 경기 대응과 관련해선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2분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를 상향하고 공기업을 활용한 재정보강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지금은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심각한 경기 하방 요인이 있다면 추경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건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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