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모임 「오리와 개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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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모관대를 한 신랑과 원삼족두리를 쓴 신부가 다소곳하게 서있다. 섬세한 붓의 움직임이 있자 신부의 볼에 홍조가 생겨난다. 황녹색의 고풍스런 8각 보석함 위에서 10여 쌍의 부부가 새롭게 탄생한다.
『신랑 귀가 부처님 귀 같네.』
거실 겸 작업실에 앉아 종이공예에 몰두하던 10여명의 주부들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스친다.
30대에서 60대 여성 50여명이 모인 「오리와 개구리」회는 매월 17일 상오11시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22동 102호에서 새로운 작품완성과 예술에의 개안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난 70년 봄 18명의 주부가 뜻을 같이해 발족한 이래 15년간을 변함없이 모여 금속공예·종이공예·왕골공예 등을 익혀 왔다.
「오리와 개구리」회 회장 석남임씨(60)는 『단지 예술작업이 좋아 모였을 뿐』이라며 『15년 동안 전시회를 연 적도 없고 앞으로 계획된 것도 없다』 고 나직하게 말했다.
회원들은 17일까지 석달째 나무상자에 한지 입히기, 색지 붙이기, 색칠하기 등 8각 함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들이 만드는 작품은 연필통·바느질함·방석·도장함·병풍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하다. 연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머스를 주제로 한 판화를 만들 수 있고, 탈을 만들어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회원 한수화씨(47)는 『실기를 하니까 일상생활에 보탬이 된다』며 『작년에 만든 병풍은 딸애가 시집갈 때 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모임을 지도하는 공예가 곽계정씨는 『여성의 경우 생활 속에서 멋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내면세계를 가꾸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갖추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의 (793)0233.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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