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3위 장더장 상무위원,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등 대표단장 거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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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6 면

북한은 36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변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노동당의 최대 행사인 당대회를 연다. 1980년 개최된 노동당 제6차 대회 때도 올해처럼 주변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한국의 전두환 정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정부,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정부 시절 국제정세가 북한에 유리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덩샤오핑의 등장을 부담스러워했다.


혈맹이라고 믿었던 중국이 78년 12월 개혁·개방을 선포하고 이듬해 미·중 수교를 체결했다. 북한은 이런 중국에 섭섭함을 느끼고 있었다. 김정일은 당시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를 내놓으며 불만을 표시했다.


제6차 당대회는 이런 불편한 북·중 관계 속에서 진행됐다. 중국은 당시 대표단장으로 권력 서열 4위인 리셴녠(李先念·1909~92) 당 부주석을 보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의 체면을 세워준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80년 10월 10일자 노동신문의 1면이 아닌 4면에 김일성과 리 부주석의 면담 사진을 실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방증이었다. 노동신문 1~3면은 김일성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동맹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을 게재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냈다. 노동신문은 1면과 2면에 사설과 김정은의 동정사진을 보도하고 3면에 김정은과 류 상무위원의 면담사진을 게재했다. 류 상무위원의 방북은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불편했던 북·중 관계를 푸는 계기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중 관계는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장더장

따라서 다음달에 열리는 제6차 대회에 중국이 대표단장으로 누구를 보내는지가 향후 북·중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김정은의 체면을 세워주겠다고 판단하면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명을 보낼 수 있다. 상무위원 가운데 단장으로 간다면 북·중 관계를 고려해 서열 3위인(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유력하다. 장 위원장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는 등 북한과 인연이 깊다. 장 위원장이 참석하면 북·중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연일 중국을 비난하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근 발언을 보면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9일 “체면과 명분을 중시한다는 일부 대국마저 미국의 강박과 요구에 굴복하고 있다”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 다음으로 거론될 수 있는 사람은 북·중 간의 당 대 당 관계를 담당하는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다. 쑹 부장이 단장으로 가면 북·중 관계의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정지용 중국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소장은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후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 지원을 요청했는데 중국은 이를 거절했다”며 “중국은 북한의 일부 요구를 깊이 있게 연구·토론해야지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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