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더민주·국민의당, 국정엔 협조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예상 밖 선전으로 거야(巨野)로 떠올랐다. 두 당은 기뻐하기에 앞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준 민심의 뜻을 정확히 읽고 받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 총선에서 지금의 새누리당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오만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정치권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 치솟는 전세가에 도심 외곽으로 밀려난 중산층, 한창 나이에 명퇴 위기에 몰린 회사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야당에 표를 던졌다. 그동안 더민주는 정부·여당 발목 잡기에 급급했을 뿐 경제를 살릴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치러진 네 차례 재·보선에서 판판이 패배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여권의 책사였던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수권 정당 의지를 보인 끝에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필리버스터 중단과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 백지화, 북한 도발에 대한 결연한 대응 등에 중도층 표심이 호응한 결과일 것이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더민주를 앞서는 괴력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의 득표 내용을 보면 야권 지지층과 무당파뿐 아니라 여당을 지지해 온 보수층이 던진 표도 적지 않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같은 노선이 이념을 초월해 국민 전반에 파급력을 발휘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런 만큼 두 야당의 어깨는 무겁다. 새누리당은 여권 성향 무소속 당선자들을 전부 복당시켜도 의석수가 과반 근처에도 못 미친다. 야권의 협조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 또 주요 상임위 위원장은 물론 국회의장까지도 야권에 넘겨줄 가능성이 커졌다. 더민주·국민의당은 정부를 견제하던 역할에서 국정의 공동 책임자로 위치가 바뀐 것이다. 정부·여당과 공조해 경제를 되살리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야 할 과제가 두 야당에 주어졌다. 당장 국회엔 노동개혁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비롯해 시급히 처리돼야 할 경제 법안이 산적해 있다. 두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법안을 합리적으로 리모델링해 통과시키는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두 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제는 경제다”고 외쳤다. 20대 국회에서 이런 초심을 버리고 내년 대선을 의식해 선명성 다툼이나 벌인다면 국민이 새누리당에 내리친 회초리는 금방 두 야당으로 향할 것이다. 대선까지 1년8개월이 남아 있다. 이 기간 중 두 야당은 민생·경제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 수권 능력을 입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