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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권력 16년 만에 야당으로…박 대통령 남은 22개월 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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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 3당 국회’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았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으로선 예상하지 못했던 지형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과반 의석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청와대는 충격에 빠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 참모는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격에 빠진 청와대
참모들 “국정 어떻게 할지 걱정”
노동개혁법, 국회서 처리 불투명
두 야당과 새로 교섭해야할 상황
야당 겨냥한 국회심판론 안 먹혀

당장 박 대통령이 줄기차게 처리를 요구해 온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쟁점 법안들의 19대 국회 남은 회기 내 처리는 물론 20대 국회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국정 운영을 막바지까지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강력한 집권여당을 만들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란 두 야당과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로 교섭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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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붉은색 재킷에 검정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투표 뒤 참관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뒤 처음으로 ‘링’ 밖에서 이번 총선을 맞았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새누리당을 엄호해 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국회심판론’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심판론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해 주지 않는 더민주를 비판하면서 국회심판론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총선 하루 전날인 12일에도 박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국회심판론을 거론했다.

선거 개입 논란을 무릅쓰고 박 대통령이 여당을 뒷받침하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거 성적표가 나왔다. 임기를 1년10개월가량 남겨두고 만난 여소야대 속 3당 체제라는 험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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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수도권에선 야당 심판 대신 야당 돌풍이 일어났고, 영남 텃밭엔 균열이 생겼다. 대구에 ‘유승민-김부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이 생겨난 것을 비롯해 부산·경남 지역도 흔들렸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도한 ‘3·15 공천’ 후유증이 상당히 길었다는 점에서 여권 분열이 자초한 상황일 수도 있다.

2004년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서 한나라당(새누리 전신, 당시 121석 확보)을 구한 박 대통령은 2008년 총선 땐 공천 탈락한 친박계를 향해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마디로 25석(친박연대+무소속)을 만들어냈다. 2012년 총선 때는 직접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해 새누리당의 과반(152석)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생긴 ‘선거의 여왕’이란 신화에 적잖은 상처를 남긴 상태에서 박 대통령은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다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 견고해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민과의 직접 접촉을 강화하는 등 ‘소통’ 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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