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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된장국 먹고 싶다는 소년원생 시에 뭉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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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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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기

청년 모험가 이동진(28)씨는 지난달 말 법무부로부터 소년원 퇴소생의 자립을 돕는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소년원 퇴소 후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대학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멘토를 연결해주고 8월 초에는 국토 순례도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법무부와 함께 소년원 출신 돕는
청년 모험가 이동진, 가수 윤성기

멘토 연결해 주고 8월엔 국토순례
“이들도 결국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이씨가 이러한 제안을 받은 데에는 지난해 소년원을 돌며 강연·콘서트와 함께 진행한 영화 ‘고삐’ 시사회의 힘이 컸다. 영화 ‘고삐’는 이씨가 꿈을 찾기 위해 말을 타고 몽골(2500㎞)을 횡단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3월 초 직접 출연하고 제작했다. 그는 “말을 타고 몽골을 횡단하며 학벌, 경제적 수준 등 모든 것이 날 묶고 있는 ‘고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고삐 때문에 ‘난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생각하는데, 마음가짐에 따라 고삐를 스스로 풀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전국 소년원 10곳을 모두 순회한 뒤 그는 청년들이 소년원생의 멘토가 되어주는 ‘소년원 희망 프로젝트’를 기획해 법무부에 캠페인 지정을 요청했다. 이에 법무부가 프로젝트 공동기획 제의로 화답한 것이다. ‘세바시스쿨 (대표 최재웅)’도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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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이동진씨가 말 ‘듬직이’에 올라타 몽골 델게르항의 초원을 달리고 있다 [사진 이민성 작가]

 평범한 학생(경희대 건축공학과 졸업) 이었던 이씨는 2008년 동아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시작으로 모험가의 길로 들어섰다. 23세이던 2011년 브라질 아마존 정글 마라톤 대회(222㎞)에서 아시아인 최연소 완주 기록을 세웠고, 같은 해 자전거로 미국(6000㎞)도 횡단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도전하던 그가 소년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다양한 도전을 하며 수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그 빚을 갚고 싶었다. 가장 기회가 없고 꿈이 필요한 곳이 소년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소년원에 일일이 기획안을 보내 공연 일정을 잡았다. 지난해 3월 첫 공연은 서울소년원이었다. 2012년 소년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인연을 맺은 한영선 서울소년원장이 적극 도왔다. 한 원장은 다른 소년원에 “프로그램도 좋고 아이들 반응도 좋았다”며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씨는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훗날 다른 사람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소년원 순회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코리아 2’의 준우승자이자 영화 ‘고삐’의 OST를 부른 가수 윤성기(35)씨도 함께 했다. 하지만 소년원에서의 공연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반응이 싸늘했다. 윤씨는 “약 100명이 노려보는 가운데 노래를 불러야 했다. 예상은 했지만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씨와 이씨는 한 소년원생의 자작시를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지금 춥고 어둡다/내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할머니의 된장국/…딱 한 그릇만 먹으면 가슴이 따뜻해 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윤씨는 “소년원생들도 결국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라 따뜻함을 전해주자고 마음먹으니 호응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앞으로 법무부 프로젝트의 멘토로 활동할 생각이다. 이씨는 프로젝트 기획을 어느정도 마무리한 뒤 4월께 새로운 탐험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글=이은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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