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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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홍콩 시민 10만여명이 9일 밤 둥젠화(董建華)내각의 '국가안전 조례'(일명 기본법 23조) 입법 추진에 항의해 가두 연좌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 50만명의 시민들이 6시간 동안 가두시위를 벌인 지 8일 만이다.

시민들은 이날 홍콩 중심가의 차터 공원과 입법원(의회 격) 주위에 몰려들어 "23조 입법 반대" "둥젠화 내각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법안은 국가 전복.반란선동 등을 엄하게 처벌토록 규정해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요구했던 '23조 입법 중단'에서 벗어나 '보통선거 전면 실시' '실업 문제 즉각 해결' '정치를 시민에게 돌려달라(還政爲民)'등의 구호를 내놓아 이번 사태가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을 드러냈다.

시위에 참가한 30대 초반의 에이스 콕(엔지니어)은 "민주주의가 없으면 인권도 없다"며 중국.홍콩 정부의 일방적인 정치 행태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연사로 나온 40대 초반의 의사는 "의료진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싸울 때 홍콩 시민들은 왜 악법과 싸우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엔 중심가 빌딩에 근무하는 '넥타이 부대'와 중산층, 대학생 등이 참여했으며 일부 종교인은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7시쯤 인파가 몰려들자 인근 대로변과 공터에서 연좌시위를 하도록 유도해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홍콩인들은 둥젠화 행정장관을 중심으로 단결해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董내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올해 안에 국가안전 조례의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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