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의 낙도집배원을 살리자"|군경합동릴레이후송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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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병원이없어 죽어가는 우리섬(도)의 집배원을 살려주세요』편지배달을 하다가 과로에서 오는 자발성기흉증세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낙도집배원이 섬주민의 호소를 받은 해경의 릴레이식 비상후송작전으로 9시간45분만에 육지의 전문종합법원에 옮겨져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경기도연진군 인청면대청도대청우체국 집배원 조용학씨 (31).
조씨는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낮12시 허파에 구멍이 뚫려 공기가 뱃속에 차면서 가슴이 찢어지는듯한 통증과 함께 호흡이 막히는 느닷없는 증상에 편지배달도중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대청도인근 해병부대에 옮겨져 군의관으 진찰을 받았으나 『의료기구가 없는 이 섬안에서는 31일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절망적인 소견이 나왔다.
당연히 큰 병원이 있는 뭍으로 옮겨져야할 처지였으나 설상가상으로 기상이 나빠 모든배가 발이 묶인상태.
하루한번씩 오면 여객선 마저 결항한다는 소식이었다.
어선을 동원해 10마일 남짓거리의 백령도 적십자벙원에 옮겨 치료를 시도했으나 역시 의료기구가 갖춰져 있지않아 가슴에 튜브를 꽂아 뱃속의 공기롤 빼내는등 응급조치를 취하는 이상의 치료를 할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섬주민들은 김윤식면장(60)을 앞세워 다음날인 31일상오9시 해경인천지구대(대장 조용규총경)에 집배원 조씨의 생명구조를 요청했다.
촌각을 다투는 섬주민의 생명을 구하기위해 해경은 긴급 출동했다.
「일요앰뷸런스작전」이라 명명된 조씨의 후송작전에는 2척의 해경경비정이 동원됐다.
때마침 대청도근해 어선보호차 출항근무중이던 2백50t급 263함 (함장 강성형경감)은 즉각 현지에 급파돼집배원 조씨와 조씨부인(27)등가족 5명을 싣고 이날 상오산시 대청도를 출발했다.
인천쪽에서도 소형 경비정인 P-31정 (정장 황삼도경위)이 이날 하오2시 출항했다.
중간지점에서 집배원조씨를 넘겨받기 위한것이었다.
인천과 백령도·대청도를 잇는 1백30마일의 서해해상.
이날 하오5시 인천으로부터 30마일 떨어진 덕적도근해에서 배를 같아탄 조씨가 인천에 도착한것은 대청도를출발한지 9시간만인 이날하오 7시정각.
이어 대기중인 앰뷸런스편으로 7시45분 부천세종법원에 옮겨졌다.
수송도중에도 조씨는 몇차례나 의식을 잃어 지겨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죄게했다.
세종법원 원장 박영판박사(흉곽외과) 는 『조금만 후송이 늦었어도 위험했을 것』이라며 『조씨를 무료로치료해주겠다』 고 말했다.
『정말 죽는줄만 알았어요.큰 병원에 도착하니 비로소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납니다.』
가까스로 입을 연 조씨의 말이다.
대청조의 유일한 집배원으로 7년을 하루같이 일해왔다.
매일 배달하는 편지가 많을때는7백∼8백통.
길이 가파르고 좁아 자전거조차도 이용할 수 없어 어떤날은 하루14시간 걸어 우편물을 배달해왔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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