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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의 초록은 잎이 아니라 꽃이로구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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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호 22면

*사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목련은 백목련이라는 중국 원산지의 꽃을 말한다. 실제 토종 목련은 꽃잎이 더 좁고 길쭉해 풍성한 느낌은 적지만, 나름 고매한 자태가 매력적이다.

일교차 때문에 아침 안개가 유난히 짙은 날들이다. 해가 떠오르면 다소 약해지지만 안개는 여전히 시야를 가둔다. 그럴 때면 발코니에 앉아 가만히 세상을 음미해 본다.


보이지 않기에 더 많은 상념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아침부터 내 주위를 흐르는 안개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내 붕붕거리는 날갯짓 소리에 정신이 든다. 벌을 비롯한 곤충들이 돌아온 것이다. 봄을 알리는 소리!


계절의 변화는 유독 시골에서 뚜렷하다. 자연도 모습을 바꾸느라 분주하지만 인적 또한 활발해진다. 동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분위기다. 아침부터 밭에서 김을 매는 사람들은 황톳빛 대지 위에 유난히 반짝인다. 사람도 곤충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해가 더해 갈수록 이런 봄이 좋아진다. 봄의 연둣빛이 사라지면 이내 내년 봄이 그리워질 정도다.


본격적인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해 봄은 자연 곳곳에 공평하게 내려오는 듯하지만, 선수들의 출발선은 제각기 다르니 신기하기만 하다. 꽃을 먼저 피우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잎을 피우는 시기도 식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찌감치 잎을 돋은 귀룽나무의 초록빛은 그래서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봄을 알리는 나무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버드나무도 기세 좋게 연둣빛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이는 초록빛 꽃인 경우가 많으니 초록빛은 모두 잎이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그래도 역시 봄 하면 봄꽃이다. 우리 산하 지천에 흐드러진 진달래와 개나리, 목련은 봄의 대명사처럼 우리 집 마당에도 찾아와 있다. 내친김에 책상 하나 들고, 마당과 발코니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아이들과 봄꽃을 스케치한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그림 속에 담기는 꽃들도 봄빛 미소가 한가득 하다. 바야흐로 봄이다~ 시골생활의 혹독했던 겨울을 보상해 주는 듯 멋진 봄이 다시 찾아왔다!


이장희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저자. 오랫동안 동경해 온 전원의 삶을 실현하기 공부했다. 위해 서울과 파주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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