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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퀴아오…고별전 갖고 전업 정치가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또 한 명의 복싱 영웅이 떠난다.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가 고별전을 갖고 전업 정치가로 변신한다.

파퀴아오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티모시 브래들리(33·미국)와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66.68kg) 타이틀전을 치른다. 지난해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39·미국)와 역대 최고 대전료인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걸고 벌인 '세기의 대결'에서 진 뒤 1년 만에 치르는 경기다.

당초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와 재대결을 원했다. 그러나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는 사이 메이웨더는 안드레 베르토(33·미국)를 꺾고 49전 무패의 기록을 남긴 채 은퇴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상대는 숙적 브래들리였다. 둘은 두 차례 싸워 1승1패를 나눠가졌다.

4년 전 첫 대결에서는 파퀴아오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브래들리가 2-1 판정승을 거둬 논란이 일었다. 결국 2년 뒤 재대결이 펼쳐졌고, 파퀴아오가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통산 31승1무1패의 브래들리도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파퀴아오와의 싸움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빈민가 출신인 파퀴아오는 '동양 선수는 경량급에서만 통한다'는 편견을 깨트렸다. 플라이급(50.80kg)에서 시작해 웰터급까지 9체급에서 활동하며 세계 최초로 8체급(메이저 기구 6체급)을 석권했다. 파운드포파운드(체급과 관계없이 매기는 랭킹)에서도 메이웨더와 함께 1,2위를 다퉜다.

은퇴 뒤 파퀴아오는 정치에 전념할 계획이다. 파퀴아오는 2007년 하원의원(임기 3년)에 도전해 낙선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66.3%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5월 총선에서는 상원(임기 6년)에 출마한다.

공교롭게도 파퀴아오의 경기는 선거 때문에 고국 필리핀에서 중계되지 않을 뻔 했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필리핀 사회학자 월든 벨로는 "경기를 총선 이후로 미뤄 달라"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파퀴아오 측 변호사는 선거 후보자가 TV로 120분, 라디오로는 180분까지 홍보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반박했다. 복싱 경기는 길어도 한 시간 내외라 범위를 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결국 파퀴아오의 손을 들어줬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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