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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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퇴근 길 버스 속에서의 일이다. 두 여학생이 하나는 앉고 하나는 서서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초로의 신사 한 분이 버스에 올라탔다. 서있던 학생이 친구에게 일어설 것을 명하니까 앉아있던 학생이 예쁘게 눈을 흘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 아름다웠다.
신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신사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두 학생은 자리를 옮겨 내 쪽으로 다가서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요즘 어른들 참 쯧쯧…』하면서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또 한참을 깔깔 웃었다.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우리가 크던 시대의 아이들과는 다르다. 10년 전 처음 교단에 설때의 아이들과도 많이 다르다.
훨씬 영악하고(?)의사표현도 분명하며 깜찍한 항의도 서슴지 않는다.
흔히 우리는 아이들의 급격한 변화를 지켜보며「어휴, 요즘 애들은…」이란 다분히 시비조의 탄식을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자기 아이의 버릇없음에는 대체로 무감각하다.
이런 말조차 제 자녀에게 사용할 때는 약간의 자만심을 섞어서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대문 밖에만 나서면 바로 접하게 되는 온갖 유혹, 색조를 지닌 TV의 현란한 조명과 자극, 말꼬리를 감아 울렸다 내리며 언어유희를 일삼아 아이들에겐 소영웅이 되어버린 개그맨, 엎어지고 고함치며, 싸우고 남을 속이기 일쑤인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1분에OK 즉석 컵라면」을 간식으로 먹고 자라는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의유교윤리만을 요구한다면 그 또한 어색하지 않을까?
하긴 그 시절에도 우리는 우리의 어른들에게「요즘 아이들」이란 탄식을 들으며 자라나긴 했지만.
학교 선생노릇 10년에 요즘 아이들에 대한 느낌은 요즘 아이들은 그저 요즘 세태에 걸 맞는 그런 아이들이란 것뿐이다.
그 말은 마치 우리가 크던 시대의 어른들도 요즘 어른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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