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호남선 1년, 송정역 이용객 3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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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주송정역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들어차 있다. 주차면수가 390대에 불과해 1만3000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 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역사 앞. 용산발 KTX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10여 분 앞으로 다가오자 곳곳에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역사 앞 도로는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 50여 대로 가득 들어찼다. 택시들의 긴 행렬 옆에는 지인들을 마중나온 차들이 뒤섞여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총 주차면수가 390대에 불과한 역사 주차장은 이미 오전부터 만석인 상태였다. 차량과 승객들로 뒤엉켰던 역 주변은 열차가 도착한 지 10여 분이 지나서야 평소 모습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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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일부터 KTX 열차가 들어오지 않아 승객들의 발길이 끊긴 광주역 대합실의 한산한 모습.

# 1시간 뒤 광주역. 오후 5시를 갓 넘어선 시간인 데도 역사 안 대합실은 썰렁했다. 역 앞 도로는 버스와 택시가 간간이 지나갈 뿐 인적이 뜸했다. 1년 전만 해도 역 앞에 주·정차하려는 차들로 붐볐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변에 즐비한 식당과 카페·술집은 대부분 셔터가 내려진 채 잠겨 있었다.

하루 1만3000명, 편의시설 부족
음식·숙박업소는 혜택 못 누려
광주역은 이용객 발길 끊겨 텅텅

KTX 호남선이 개통된 지 4월로 1년을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 이후 송정역은 광주 유일의 KTX 역사가 되면서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올 들어선 하루 평균 1만3000여 명이 송정역에서 KTX를 이용하고 있다. 호남선 개통 이전인 4000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반면 광주역은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 몰락에 따른 슬럼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역 앞에서 식당을 하는 오모(62·여)씨는 “지난해 4월부터 KTX가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손님들을 구경하기 힘들 지경”이라며 “그냥 가게 문을 열어놨을 뿐 장사는 전혀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정역세권도 당초 기대했던 ‘KTX 특화’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승객이 광주시내에서 음식이나 숙박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송정역 일대의 교통체증과 주차장·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외지인들의 외면을 받는 요인이다.

송정역의 주차·편의시설 부족을 해결할 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총 사업비 5000억원을 들여 지상 11층 규모 건물을 201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 착공 예정이던 이 사업은 아직까지 부지 사용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의료·쇼핑·교육·문화 분야를 수도권에 빼앗기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실제 최근 1년새 ‘의료와 쇼핑을 위해 수도권을 방문했다’는 응답자는 각각 22%, 20.7%에 달했다.

◆속도의 혁명이 이룬 반나절 생활권=KTX 호남선은 지난해 280만 명이 이용한 데 이어 올해 300만 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송정역에서 서울 용산역까지 최단 1시간33분이면 도착하는 시대가 열렸다. 종전보다 1시간가량 소요시간이 단축되면서 점심때 서울에 올라가 일을 보고도 저녁은 광주의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호남선 개통 후 고속버스의 교통분담률은 56%에서 48%로 줄었다. 항공편 분담률은 4.1%에서 3.2%까지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7일부터 광주∼김포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같은 기간 KTX의 분담률은 14%에서 24%로 뛰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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