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채무비율 전망치보다 낮지만…연금 추가 개혁·재정 고삐 조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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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52조5000원. 지난해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덜어진 나라 빚 부담이다. 공무원 연금액을 2016~2020년 동결하고(32조5000억원), 연금수령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늦추고(10조원), 유족연금 지급률도 70%에서 60%로 줄인(10조원) 효과가 더해졌다. 덕분에 급증하던 연금 충당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도 3분의 1로 떨어졌다. 2014년 47조3000억원 늘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6조3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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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장은 “공무원 연금개혁 내용 중 지급률을 낮추는 것도 내년 국가결산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5일 정부가 내놓은 ‘2015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서 그나마 ‘청신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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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 연금을 메우기 위해 ‘국가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혀있는 돈은 659조9000억원이다. 국채 발행액과 주택청약저축액을 합친 전체 부채(1284조80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해가 갈수록 급증세를 보이며 ‘밑빠진 독’ 우려가 컸다. 공무원 연금개혁에도 속도가 줄었을 뿐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연금을 줘야할 할 인원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자는 2014년 108만1000명에서 지난해 109만3000명으로, 같은 기간 연금 수급자는 39만2000명에서 42만20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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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곳간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다. 세금 걷힐 곳은 뻔한데 경기 진작 등 써야할 곳은 늘면서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재정수지(관리대상) 적자는 38조원에 달하며 2009년(-43조2000억원)이래 가장 컸다. GDP 대비 -2.4%로 균형재정(±0.5%) 범위를 훌쩍 벗어났다. 관리대상 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합한 ‘통합재정수지’ 역시 지난해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6년만의 적자 전환이다.

2015 회계연도 결산 들여다 보니

자연히 국채 발행이 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한 직접적인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원으로 1년 새 57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은 37.9%로 2%포인트 올라갔다.

다만 정부가 전망했던 수준보다는 나았다. 지난해 세수가 예상보다는 많이 걷히면서다. 애초 정부의 국가채무 예상치는 595조1000억원(GDP 대비 38.5%)이었다. 기재부 조용만 재정관리국장은 “증가 추세 자체가 반전된 것은 아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면서 “올해 국가채무 비율도 전망치(40.1%)보다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115.2%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다른 나라보다 형편이 낫고, 단기적으로도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의무지출이 늘고, 향후 부채 증가 속도도 갈수록 가팔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조적인 재정 건전성 조치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은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추가적인 공적연금 개혁을 하고 재원 대책이 있어야 의무지출 정책을 도입하는 페이고(Pay-go) 원칙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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