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검도」그림 화재로 대화시작|김대중·김영삼씨 두번째 만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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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김대중·김영삼씨가 회동한 김상현씨집에는 김영삼씨가 김동영·박찬종씨와 김덕용 비서실장과 함께 10시2분전에 먼저 도착.
이어 10시5분쯤 도착한 김대중씨는 『옛날과는 길이 달라져 우리집에서 길건너오는데 빙돌아 오느라 늦었다』며 김영삼씨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한동안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들이 악수를 하자 몰려와있던 신민당원·민추협회원들이 박수를 쳤다.
김영삼씨는 『그동안 좀 쉬었소』라고 물었고, 김대중씨는 『시골 가신다고요』라고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보도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던 두김씨는 보도진이 물러나자 김상현씨집 벽에 걸린 그림을 갖고 대화를 시작.
김상현씨가 칼이 그려진 「일심검도」를 가리키며 이 그림은 이조말 심적영씨의 동생 심운영씨가 김옥균선생 암살지령을받고 갈등을 일으켜 이행치 못한채 사악한 자신의 마음을 찔러야된다는 의미에서 붓 한자루로그린것』이라고 말문을 열였다.
그러자 김영삼씨가 『이처럼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서 참으로 고맙다』고했고 김대중씨도 『이처럼 좋은계기를 주선해 고맙다』고 인사.
두김씨는 김상현씨의 저서『어둠이여 횃불이여』를 각각 증정받고 곧 보도진을 물리친 뒤 김상현씨만 배석한 가운데 회담에 들어갔다.
김상현씨집 정원에는 보도진·당원등으로 붐볐다.
○…회담에 들어간지 약30분후 두김씨는 일단 회담을 중단하고 회담하루전에 이미 양측간에 원칙적 방의를본 공동합의사항을 발표.
배석했던 김상현씨가 두김씨를 대신해 공동발표문을 낭독했는데 원래 공동발표문의 제4항으로 넣기로 했던 야권통합에관한 의견개진을 생략한채마지막장목을 낭독. 김상현씨는이에대해 나중에 『통합문제는 양김씨의 회망사항을 신민·민한당에 표명하는 것인만큼 두김씨가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피력토록 하는 것이 낫겠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지 두분이 이와 관련해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고 해명.
양김씨는 민추협고문에 이민우신민당총재와 함께 이상돈씨(제헌의원)의 추대문제도 거론했으나 이상돈씨문제는 추후에 더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현씨의 공동발표문 낭독, 김영삼씨의 별도 발표에 이어 김대중·김영삼씨는 기가들의 질문에 답변.
김대중씨는 정당을 포함한 단체의 민추가입길을 터준것은 무엇때문이냐는 질문에 자신을 지지하는 재야단체인 헌정연구회(회장 박영록)을 예로 들면서 어떤 단체도 가능하다고만 답변. 두 김씨의 회담이 끝난후 김상현씨는 이 문제에 대해 『신사당까지도 가입할수 있다』고 보충설명을 했는데 며칠전 고정훈신사당총재가 전대열대변인과 함께 김영삼·김대중씨를 방문, 민추가입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
김대중씨는 또 『마포서장이 민추고문 취임등 정치활동을 못한다고 통보했지 않았느냐』는 질문대목에서 순간 경직된 표정을 지었으며, 김영삼씨는 호칭순서에 관한 입장을 재확인하자 『이같은 문제로 구애받고싶지않다. 원칙적으로 언론기관이 독자적로 판단할 일이지만 나 자신은 두사람이 됐건 세사람이 됐건 제일 마지막에 명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담한 태도를 표명.
김영삼씨는 민추조직의 확대강화방법을 놓고 두 사람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데 대해 『내힘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그런 보도가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다소 불쾌한 반응. 그러자 김상현씨가 끼어들어 『과거 민추내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
보도진을 위한 브리굉이 끌난후 두김씨는 김상현씨를 비키게 한가운데 약40분간 단독하고 요담내용을 밝히지않은채 떠났다. 떠나기직전 두사람은 김상현씨부부와 기념촬영.
○…양김씨의 회동장소인 서대문창천동 김상현씨 집은 동교동의 김대중씨집과는 큰길을 사이에 두고 5백여m 떨어진곳.
김상현씨의 양옥2층 거실에 마련된 회동장소는 7∼8평으로 회동 1시간여 전부터 사진기자 10여명이 미리 먼저 자리를 차지해 앉았고 뒤이어 미·일등의 TV 카메라맨들과 심지어 대한뉴스 카메라맨까지 나와 거실은 50여명의 보도진들로 발디딜 틈도 없었다.
김상현씨집을 회동장소로 선택하게된건 김대중·김영삼씨가 민추협공동의장을 맡게됨에 따라 그동안 민추협공동의장권한대행을 맡아온 김상현씨 노고를 격려하는 뜻에서 김상현씨 집을 회동장소로 하자는 김대중씨의 제의를 김영삼씨가 받아들여 이뤄졌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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