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외국은…안방넘본다|수입신용장 21%취급, 계속 상승전망|한은재할도 시작, 지나 친특혜속 호황|타의개항… 금융시장잠식 가속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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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개방이 본격화됐다. 외국은행들이 몰려오고 있는것이다.
지난 2월21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는▲3월1일부터 외국은에 대해 수출금융의 한은재할을
허용하고▲오는 7월1일부터는 신탁업무를 허용하며▲86년부터는 상업어음재할까지도 허용키
로 했다. 이같은 금융개방 스케줄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개항」이다.
지난 67년 외자조달의 필요성때문에 우리가 아쉬워 끌어들인 외국은들이 이제 거꾸로 우리 에게 금융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있고 그뜻이 관철되기 시작한 것이다. 좋게말해 금융의 국제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절박한 외환사정때문에 금융시장을 크게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1차 금융개방의 핵심은 외은에 대한 한은재할 허용이다.
그간 외은들은 자기들나라에서도 외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재할을 받고있으니 한국도 그래야 하지않겠느냐는 「상호평등」의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외국중앙은행의 재할과 우리의 재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국에신 단순히 은행이 자금이 모자랄때 중앙은행으로부터 시장금리대로 돈을 빌어오는것이지만 우리의 한은재할은 수출금융과 상업어음할인등 정책금융을 늘리기위해 한은이 다른 시장금리보다 훨씬 싼 금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특혜」다.
단적인 예로 한은의 재할금리는 년5%다. 앞으로 외은들은 년10%의 수출금융을 취급하면 자동적으로 이의 70%까지는 한은의 년5%짜리자금으로 충당할수가 있으니 대단히 매력적인 장사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 나가있는 우리은행은 미중앙은행으로 부터 아무때나 재할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을수도없을 뿐더러 받는다 하더라도 일반대출금리와 재할금리 (미 공정할인을) 와의 차이는 불과 2∼3%포인트일뿐이다. 애초부터「평등」의 기준에서 비교할수가 없다.
외국은들은 이같은 실정을 잘알기때문에 그동안 한은재할을 그토록 집요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외국은에 대한 한은재할을 허용하면서 한은재할이율(현행 년5%) 을 년 7%로 올릴 것을 검토했었으나 결국 국내은행들의 사정때문에 포기하고말았다. 외국은들에 가는「특혜」를 줄이자니 국내은행들이 심각한「타격」을 보겠기 때문이었다.
한은관계가는 이번 조처로 외은들이 국내 수출금융 취급액 (임년말 현재 약 2조7천억원) 의 약5% (1천3백50억원) 까지는 점유율을 높일수 있을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상식을 벗어난 안이한 예측이다.
현재도 외은들은 국내 수입신용장 개설의 약21.6%를 취급하고있다. 외은지점의실무자들조차 수입신용장 개설비중 만큼은 수출금융 취급을 늘리는것이 당면목표라고 말하고있는데도 엉뚱한 예측을 하고있는 것이다.
또 신탁업무를 오는7월부터 시작하고 내년부터 상업어음할인까지 외은들이 적극적으로 늘릴 경우 이들의 금융시장셰어는 크게 늘어날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안은채 심각히 멍들어있는 상태에서 계속 이같은「평등」원칙의 금융개방이진행된다는 것은 외국은들의국내금융시장 잠식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당국은 이같은 금융개방에대한 보완책으로 외국은도 앞으로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을 지키 도록 했으나 별 실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단적인 예로 안전과 수익 위주의 경영에 철저한 외은들은 국내 다른 금융기관의 보증을 받아오는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의 입보를 받아 오는 하청중소기업들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줘 도 의무비율을 거뜬히 채울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융의 안방을 외국은행들에 계속 내줘도 좋은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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