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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괴물 될 수 있는 인공지능, 인공지혜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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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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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인류의 행복한 동반자로 만들어낼 사명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강조하는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사진 임현동 기자]

“팔십이 넘은 내가 인공지능(AI) 얘기를 해서야 되겠습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강연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고령이지만 잠시도 앉지 않고 내내 서서 객석을 가득 채운 400여 명의 대학생 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보여줬다.

대학생 400여 명과 토크콘서트
"아날로그 감수성 매우 강한 한국
AI 활용 연구, 누구보다 잘할 것"

이어령(82)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상명대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이어령 박사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 나섰다. 주제는 ‘알파고 시대의 생명문화-알파고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말’.

강연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무지와 공포를 드러낸 한국 사회와 젊은이들을 향한 원로의 고언(苦言)이었다. 무지는 공포를 부른다. 인공지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즐겨 쓰는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이 인공지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와이어드’나 ‘네이처’ 같은 잡지들이 인공지능을 주요 기사로 다루어 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냄비처럼 들끓었다. 이세돌의 패배 이후 뭔가 새로운 것이 등장해서 인류를 파멸시킬 듯이.

이제라도 인공지능에 적극 투자해 우리만의 운영체계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이 이사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알파고 소동’을 보면서 “지금처럼 계속 갈 경우 머지않아 한국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왜 구글은 알파고를 한국에 와서 테스트했을까. 이 이사장이 청중을 향해 물었다. 이세돌과의 대국장 알파고 쪽엔 영국 국기가 걸렸다. 영국의 디지털 문명과 한국 이세돌의 아날로그 문명이 싸운 셈이다. 계산 기능에서 인간 두뇌가 컴퓨터를 이길 순 없다. 그것은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0과 1, 두 개의 이항대립밖에 모르는 디지털 문명의 한계 또한 예견되고 있다.

“한국은 아날로그 감수성이 매우 강한 나라다. 한국은 공개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아날로그 생명자원을 타고난 우리 젊은이들은 그 일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이사장은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인공지능을 ‘인공 지혜’(AW·Artificial Wisdom)로 변화시키는 사명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토크쇼에 이어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학과에서 이례적으로 이같은 행사를 기획한 정원순 교수는 “음악 이외의 다양한 시각을 학생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대기업과 의료계 전문가의 강연이 앞서 열렸고 다음엔 영화계 인사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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