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주주 주도로 "일사천리" 진행|막내린 주총…이모 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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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체 70%가 27∼28일에 집중>
★…주총시즌이 끝났다. 3월2일에 주총을 갖는 조공외에는 12월말 결산상장법인 2백37개사가 28일로 모두 주총을 마쳤다.
대부분의 주총이 이른바 사원주주들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돼 30∼40분에 끝났고 길어봐야 1시간 남짓 걸리는 경제적(?)인 회의였다.
증권거래법상 주총1주일전에 증권감독원에 제출토록 돼있는 감사보고서도 대부분의 기업이 기일을 어기거나 심지어는 주총개최일까지도 내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했다.
또 주총이 대부분 27,28일 양일간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금년엔 27일에 93개사, 28일에 73개사가 주총을 가져 전체의 70%이상이 이틀 동안에 주총을 치렀다.
주주총회의 진행과정도 주주들에 의한 진지한 토론보다 기업측이 내세운 사원주주에 의해 회의가 이끌려가는 분위기였다.

<매상고 전보다 2배증가>
★…가전업계의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금성사는 결국 수출에서 크게 앞선 삼성전자의 선두 쟁취로 끝났다. 양사가 서로 상대방을 의식, 영업 보고서도 삼엄한 보안속에 작성되고 주총개최 10∼20분전에야 주주들에게 배포됐는데 작년엔 양사 모두 매상고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기록적 신장을 이툭했다.
삼성전자는 취급품목이 적어 내수쪽에서는 5천8백78억원으로 금성사의 7천4백51억원에 못미쳤지만 수출에서는 7천6백38억원을 기록, 금성의 5천5백5억원을 큰 격차로 앞서 결국 총계에서 삼성이 1조3천5백16억원, 금성사 1조2천9백56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창업 16년만에 수위로 올라섰다.
대우전자는 2천8백33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삼성·금성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순익은 삼성이 2백51억원, 금성사는 1백5억원, 대우전자는 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주총시간을 놓고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양사는 결국 같은 28일에 금성이 하오2시, 삼성은 하오3시에 주총을 열었는데 양사 모두 40∼45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순익이 크게줄고 매상에서도 수위를 빼앗긴 금성사의 주총에서는 중간중간에 날카로운 질문이 나와 집행부를 긴장시키기도 했으나 의안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질의에 나선 주주들이 『즐거운 날이다』 『경영진에 경의를 표한다』는 등 상찬일색으로 진행됐다.

<연내 배당다짐 듣자 시큰둥>
★…회사가 공중분해될 상황에서 28일 부산서 옅린 국제상사의 주총은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30분만에 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싱겁게 끝나게 됐다.
이 날 주총에서는 양정모회장과 부인 김명자씨, 사위인 한윤구·김덕영씨 등 인척을 포함한 14명을 퇴진시키고 인수회사인 한일합섬측에서 온 김성규전무, 김윤구이사와 심재영 전 원풍산업사장, 최승철 국제상사 부장등 4명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양정모회장은 이 날 주총에 불참했으며 양회장 지분 51%에 대한 의결권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측이 행사했다.
모두 3백46명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시종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된 이날 주총의 의장을 맡아본 권석현부사장은 『회사가 지난해 78억원의 적자를 내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에 있고 이를 깊이 사과한다』고 거듭 말하면서 『앞으로 심기일전해 회사를 기필코 살려 올해 못한 배당을 내년에 한꺼번에 드리겠다』고 다짐했으나 주주들의 시큰둥한 반응들.

<참석률 97%로 큰 관심 보여>
★…동국제강으로 넘어가기로 한 연합철강의 주주총회(26일)는 경영권분쟁여부를 놓고 큰 관심속에 열렸으나 겉으로는 조용하게 진행.
국제그룹회사중 유일한 흑자회사인 연철은 지난해 58억원의 순익으로 10%배당을 하기로 했는데 이에 일부주주들이 15%를 제의했으나 올해의 전반적인 철강업계의 어려움과 시설재투자등의 이유를 들어 원안대로 통과.
또 많은 주주들이 연철의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궁금증을 표명했는데 의장인 김본제부사장이 『이미 양정모회장의 지분등 51%를 서울신탁은행이 인수해 그룹전체의 정리가 끝나는대로 동국제강에 넘겨주기로 했고, 연철은 독립법인체로 계속 남게되므로 주주들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설명.
이날 임원선임은 은행측의 안대로 정재덕전국제상사사장이 새 사장에 선임되고 양회장계열의 임원진 12명은 퇴임했다.
이날 주총엔 연철의 총발행주 1천9백만주가운데 1천8백42만여주가 참석, 97.19%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
임원보수·상여금 지급한도액은 당초 6억원이 상정됐으나 임원수가 줄었다는 이유를 들어 4억5천만원(84년4억원)으로 깎았다.
한편 연철집행부측은 이번 주층에서 또하나의 대주주인 권철현씨의 의결귄행사에 대비, 의안별로 찬반투표에 부칠 준비까지 갖췄다는 후문.

<배사창 퇴임, 인수작업 나서>
★…27일 열린 남광토건의 주총에서는 오너인 배보호 사장이 퇴임하고 위탁경영을 맡고 있는 쌍룡종합건설측 임원등이 대거 이사진으로 들어갔다.
당기순익이 4억원에 불과, 무배당으로 결정됐는데도 어려운 회사사정을 아는 탓인지 별다른 논란없이 30분만에 의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신속성을 과시했다.
이날 임원개선으로 쌍룡종합건설에서 나온 진성섭대표이사부사장이 경영권을 잡게됐고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이세선부장이 부사장으로 들어갔으며 쌍룡의 장건양·장동위 상무가 남광토건상무로 선임됐다.
진부사장은 이날 『앞으로 남광토건의 실사문제등을 빨리 종결짓겠다』고 밝혀 앞으로 인수작업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
이 날 배사장의 지분 43%에 대한 의결권은 제일은행측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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