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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박 대통령과 관계 묻자 "강을 아직 안 건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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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발언은 30일 오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중반쯤 나왔다. 김 대표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에 “이미 마음에 결심한 바가 있다”며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이번 총선이 끝나면 뒷마무리를 잘하고 사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은 웅성거렸다. 질문한 패널조차 예상 못한 폭탄 발언이었다.

다른 최고위원들과도 이런 얘기를 나눴나
“없다. 지금 처음 말씀드리는 거다.”
뒷마무리하고 사퇴한다는 건….
“제 손으로 정리하고 그만두는 게 도리라 생각하고, 시간이 길게 걸리진 않을 거다.”

김 대표의 임기는 7월 13일까지다. 그런 만큼 7월 전당대회가 새누리당의 정치 시간표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으로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졌다.

관훈토론회서 거취 폭탄 발언
대선 출마하기엔 부족하다면서
“조금 잘할 거라 생각한 적은 있어”

김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대선 행보로 해석하는 데 대해 손을 내저었다. 그는 “여전히 그 길(대권)을 가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다면 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마지못한 듯 “정치인으로서 청와대와 정부에 있어 본 경험, 또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이런 것(정치 지도자)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있겠느냐. (국정 운영의) 모든 것이 권력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오랫동안 연구해 온 입장에서 조금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김 대표는 묻지도 않았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거론했다. 여야에 대통령감이 없다는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한 뒤 갑자기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해야 된다”는 경선 발언을 했다. 김 대표가 반 총장과 관련해 이런 얘기를 한 건 처음이다. 친박계 일각에서 꾸준히 ‘반기문 대망론’을 제기해 온 데 대한 속마음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① "총선 직후 사퇴" 선수 친 김무성
② 친박 “대권 위한 포석 아니냐”



이날 토론회에선 공천 갈등을 겪은 직후여서인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소통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그런 부족함을 다소 느끼고 있다”며 “그 정도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두 분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엔 단호하게 “강을 아직 건너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내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옥새 파동’에 대해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가치관을 지켰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데 대해 “제가 내린 결정이 없었다면 과반 득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다시 한번 (낙천한) 이재만 후보와 유재길 후보, 두 분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이 무소속 출마자들에게 박 대통령의 존영(사진)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았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해 “김 대표는 더민주의 운동권 체질을 고칠 것을 자처하며 전권을 행사하는데, 수술을 선택한 의사라기보다는 화장하는 분장사”라며 “연극이 끝나면 화장은 지워지게 돼 있고 운동권 전체의 민낯이 또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대해선 “정치는 이상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소아·김경희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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